우리나라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가 4일 사상 최고치를 6년 만에 경신하자 증권사들이 앞다퉈 주가지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내놓았던 올해 코스피 예상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몇 년간 주가지수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코스피가 박스권(1,800∼2,200)에 머물러 비난에 시달렸다. 그러다 보니 새가슴이 돼 전망치를 낮췄더니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날씨 예보가 종종 틀려 기상청이 날씨를 예보하는 게 아니라 중계한다고 비판받을 때처럼 증권가에서 뒷북치며 수습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가지수가 어떻게 변할지는 신도 모른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그래서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는 계좌를 튼 증권사가 제공하는 각종 리포트를 참고해 투자에 나선다.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보다 분석 능력, 정보 수집, 투자 전략 등에서 뛰어나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 믿음이다. 그런데 이런 믿음에 금이 가니 복장이 터지는 건 당연하다. 4월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을 조사한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사들인 10개 종목 중 7개 종목이 올랐다. 그러나 개인투자자가 많이 산 10개 종목은 모두 하락했다. 상승장에서 재미를 보려고 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이 늘면서 증권사는 중개수수료 수입이 증가했지만 개인투자자는 본전은커녕 손실을 입었다.
얼마 전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은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 일부를 해고하고 그들이 맡던 펀드를 인공지능(AI)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난해 펀드매니저가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져 200억 달러(약 23조 원)가 빠져나가자 내놓은 대응책이다. 투자 때 감안해야 할 정보가 갈수록 많아져 펀드매니저의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기보다는 데이터 분석 능력이 탁월한 인공지능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조치로 글로벌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와 JP모건에서 뛰어난 투자 성과를 올렸던 존 코일 등 내로라하는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회사를 떠났다.
세계적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이 단순 노동을 넘어 전문직에까지 속속 진출하면서 일자리 축소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2020년까지 일자리 710만 개가 없어지고 200만 개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뒤 이런 인식이 상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최근 김대식 KAIST 교수를 대전으로 찾아가 만났다. 4차 산업혁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궁금해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싶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과 뇌과학 분야의 권위자이지만 뿔테 패션 안경에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방송에 출연할 만큼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다. 독일 다름슈타트공대를 마치고 노벨상 산실인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미네소타대 조교수, 보스턴대 부교수로 일하다 2009년부터 KAIST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김 교수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기자 직업이 미래에도 있을까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필자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이지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주어진 데이터를 토대로 기사를 자동 생성하는 이른바 로봇 기자는 지난해 국내에도 등장했다. 인공지능이 만든 주식 시황과 상장기업 공시 기사를 경제지가 내보낸 바 있다. 또 이준환 서울대 교수팀이 개발한 야알봇(야구를 잘 알고 있는 로봇)은 프로야구 경기 기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공한다. 숙련된 기자가 원고지 5장 분량의 기사를 쓰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 로봇 기자는 기사 작성 버튼을 누르면 1000자 분량의 기사를 1초도 안 돼 만들어낸다.
앞으로 어떤 일자리가 사라지고 어떤 직업이 새로 생길지 알 수 없기에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두려움이 크다. 그런데 냉정히 생각해 보면 현재 직업도 태초부터 있던 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 생겨난 것이다. 산업혁명 같은 변화에 인간이 적응한 결과인 셈이다.
미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활의 기반으로 자리 잡을 미래 사회는 과거 경험과 기존 패러다임의 연장선상에서는 볼 수 없는 딴 세상인 것은 분명하다. 미래를 키워드로 질문하고 토론하고 상상하는 힘을 기르면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김 교수의 조언을 함께 새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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