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약’이라 하면 으레 물과 함께 삼키는 알약이나, 아이들을 위한 가루약을 많이 떠올리기 쉬운데요. 어린 시절 감기에 걸리면 어머니는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자식을 위해, 약을 숟가락으로 곱게 빻아 물에 갠 후 입에 넣어주시곤 했습니다. 빳빳한 목 넘김과 쓴 맛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알약 복용을 꺼리게 하는 이유였습니다. 이후 등장한 어린이용 감기 시럽제형은 달달한 향과 맛이 이전 감기약과는 사뭇 달라, 정량을 먹고 나서도 계속해서 맛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시럽제형은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약의 제형은 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편의성을 고려해 꾸준히 변화해 왔습니다. 즉 물에 타서 녹여 마시는 ‘발포 타블렛 제형’이 나오고, 젤리처럼 씹어서 먹는 츄어블정, 혀에서 녹여먹는 필름형까지 쏟아지고 있습니다. 발포 타블렛 제형은 대표적으로 바이엘의 비타민 제품인 ‘베로카’가 등장한 이후 많은 비타민제에서 채택되고 있습니다. 또 츄어블정은 보통 어린이 영양제에 많이 활용되어 오던 것이 요즘에는 물 없이 복용이 간편한 장점을 살려 일양약품의 멀미약 ‘보나링’, 한국존슨앤드존슨의 어린이 해열제 ‘타이레놀’과 같은 일반의약품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필름형은 SK케미칼의 ‘엠빅스S’처럼 발기부전 치료제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갑 속에 넣어 보관할 수 있는데다가 물 없이 침으로 녹여 복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가방에 휴대하다가 언제 어디서나 쭉 짜먹기만 하면 되는 길쭉한 모양의 파우치 제형도 등장했습니다. 파우치 제형의 원조 격은 위장약 보령제약의 겔포스 입니다. 병에 든 시럽제의 위생적인 보관을 위해 파우치 형태로 1975년에 개발한 것인데요. 그 결과 파우치 형태가 위장약의 대표적인 제형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출시되는 대부분의 위장약이 파우치 형태로 나왔습니다. 보관이 간편하고 물 없이 복용하는 장점 때문에 최근엔 멀미약인 ‘노보민 시럽’, 해열제 ‘챔프 이부펜시럽’ 및 감기약 등 다양한 일반의약품에도 파우치 제형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또 대원제약의 ‘콜대원’은 감기약으로는 처음으로 짜먹는 파우치 형태를 도입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단순한 사각형태의 파우치가 아니라 얇고 길어진 포장으로 상단부를 간단히 절개해 짜먹기 편하게 만들었는데요. 마치 어린이 요거트 제품을 연상시켜 더욱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위산분비 호르몬을 억제하는 성분을 가진 ‘트리겔’은 동일한 형태의 얇고 긴 짜먹는 파우치 포장을 적용했습니다.
짜먹는 파우치 형태는 기존 시럽제 포장과 비교해 또 하나의 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소비자들에게 보다 편리하게 정량 복용이 가능하게끔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시럽제를 복용할 때마다 눈금이 그려진 컵을 사용할 필요 없이, 간단히 정량만을 복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짜먹는 제형뿐만 더욱 다양한 장점을 가진 제형들이 개발되어 기존 제형 복용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보다 편하고 효과적으로 약을 복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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