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건우병원 족부톱팀 내시경수술 성공 안착 이끌어
비절개 수술 주변 조직 손상없어… 평균 입원기간도 6배 이상 단축
진보(進步)라는 단어는 어떤 정도나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과거의 의학 진보가 질병의 발견과 입증에 있었다면, 현재의 진보는 치료 대상인 환자들이 부담 없이 치료에 임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환자에게 감수해야 할 위험과 불편함을 덜어주는 치료법은 이제 분야를 막론하고 진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족부질환의 내시경 수술을 꿈꾸다
21세기로 넘어오며 생긴 외과수술의 가장 큰 특징은 절개에서 비절개로의 전환이다. 현재 어깨나 무릎관절 대부분은 관절내시경으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일반외과, 비뇨기과 등 개복수술이 필요한 거의 모든 질환에 내시경 수술이 적용된다. 최소부위를 절개하는 데다 수술시간이 짧고, 수술 후 통증이 거의 없는 내시경 수술은 회복 기간이 짧아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가 가능하다. 비절개 수술이 가능한 질환이라면 절개 수술을 할 이유가 없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러한 시류와 무관하게 절개 수술이 이뤄져 온 질환이 있다. 족부질환이다.
족부질환은 발과 발목 부위에 생긴 질병을 말한다. 발목골절, 족저근막염, 지간신경종, 무지외반증, 단지증, 통풍성관절염, 발목충돌증후군, 발목연골손상, 발목관절염 등이 족부질환의 종류다.
걷기나 등산 등 스포츠와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고, 하이힐 등 불편한 신발을 신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족부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족부질환인 무지외반증으로 진료 또는 치료를 받은 환자가 2010년 4만6589명에서 2015년 5만6815명으로 21% 늘었다. 발목염좌 환자 역시 같은 기간 20% 증가했고, 족저근막염 환자는 2.14배로 크게 늘었다. 전담 팀의 전문성, 경험 뒷받침이 성공의 열쇠
이렇듯 갈수록 환자가 늘고 있는 족부질환은 실생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다움’과 직결되는 질환임에도 그동안 내시경 수술은 불가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족부구조를 알면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발은 신체의 불과 2% 남짓한 작은 면적이지만, 우리 몸 전체 뼈의 4분의 1이 집중돼 있다. 작은 면적 안에 수많은 혈관과 수십 개의 인대, 신경까지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내시경 수술 도입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2014년 족부전문 수술을 위한 톱팀 체계를 출범한 연세건우병원 족부톱팀(박의현·배의정·이호진·최우진 원장)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족부 내시경 수술의 성공적인 안착을 이끌고 있다.
박의현 연세건우병원 족부팀 원장은 “발의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내시경 수술 도입은 난제로 여겨져 왔다. 관절내시경 수술의 핵심인 표면 해부학의 중요성과 안전한 접근법이 문제였다. 만약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여전히 답보상태로 남았겠지만 우리 족부 전담팀 모두가 십수 년간 수만 사례가 넘는 풍부한 족부수술 경험을 갖춘 베테랑이었고, 이 경험과 전문성이 바탕이 돼 다양한 족부질환 내시경 수술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목관절내시경 장비 개량도 빠른 수술 안착에 기여했다. 과거 관절경은 구석진 부위 병변 관찰을 위한 시야각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구경이 병변 주변조직 손상을 초래할 만큼 미세한 구경을 갖추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시야각 확보 및 연성을 갖춘 관절경이 다양하며 미세한 구경을 갖춘 장비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고난이도 발목 인대봉합과 연골손상 치료개선
복잡한 구조, 주변조직 손상 등 큰 난제를 해결하면서 내시경 수술은 빠르게 족부수술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특히 인대파열과 연골손상에선 가히 극적이라 할 수 있다. 배의정 원장은 “인대파열은 중등도와 중증 모두 절개를 통해 시행됐는데, 파열된 인대 외 주변 구조물 손상이 거의 없는 중등도의 경우 절개를 하면 되레 주변 구조물과 조직손상 위험이 높았다”며 “그러나 내시경 수술은 비절개로 이뤄지고, 카메라를 통해 면밀한 관찰과 세밀한 수술이 가능해 안전하며, 평균 입원기간은 1.5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내 인대파열환자의 평균 입원기간이 10일 이상이니 6배 이상 단축된 빠른 회복이 가능한 것이다.
연골손상은 발목관절염으로 가는 관문의 중증 족부질환이지만 연골이식이나 고정술이 필요한 중증이 아니라면 연골재생술을 통해 당일 수술 및 퇴원이 가능하다. 수술 방법은 내시경을 통해 손상된 연골을 제거한 후 미세한 구멍을 만들고, 환자의 농축된 자가 줄기세포를 씨앗을 심듯 구멍에 채우는 것이다. 이는 손상된 연골의 뿌리부터 기르는 근본재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최근 치료 성공에 있어 유의한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치료도 성공적
내시경 수술은 위와 같은 중증 족부질환뿐 아니라 생활형 족부질환 치료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보존치료에 실패해 만성으로 진행된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치료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보인다. 두 질환 모두 만성으로 진행 시 광범위 절개를 통해 변성된 근막과 힘줄을 치료해야 했다. 평균 4∼5일 이상의 입원기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내시경 수술이 가능해지며 평균 입원기간은 1일 정도로 줄었고, 치료성공 면에서도 평균 90% 이상이라는 높은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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