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하게 느껴지던 건선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건선의 유병률은 전 세계에서 약 3%인데 우리나라는 50만 명 정도의 건선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돼 1%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건선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연간 17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은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에 증상이 나타나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듯해 안타깝다.
건선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비전염성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아직까지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유전적 소인과 면역학적 이상이 복합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발병하면 피부에 좁쌀 같은 붉은색을 띠는 발진이 생기고 그 위에 경계가 분명한 하얀 피부 각질세포가 덮이게 된다. 흰 각질의 구진이나 판의 피부 병변이 나타나는 형태가 전체 건선 환자의 80∼90%를 차지한다. 이외에도 물방울 모양 건선,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발생하는 건선, 다수의 작은 농포가 생기는 농포성 건선, 피부 전체가 붉어지고 미세한 각질이 일어나는 박탈성 건선 등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형태가 다양하다 보니 많은 환자가 건선을 아토피피부염 등과 같은 습진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지루성피부염이나 곰팡이 등을 건선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상기에 설명한 것과 비슷한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에 치료를 해야 한다.
건선은 전신성 면역 질환으로 증상이 피부에만 국한해 생기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손발톱의 심한 변형도 건선의 한 종류이며 건선을 일으키는 염증이 전신에 영향을 미쳐 건선 관절염, 포도막염, 염증성 장질환 등 전신 질환을 동반할 수 있다. 따라서 건선 환자들은 건선 치료뿐만 아니라 동반 질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치료법 선택은 건선의 심한 정도, 활성도, 병변의 형태, 발생 부위, 환자의 나이 및 기타 병력 등을 종합해서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건선이 경증인 경우는 국소도포제, 중증도의 경우에는 국소도포제와 자외선B를 이용한 광선치료, 병변이 광범위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광선치료 및 전신약물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TNF-알파 억제제 등 여러 생물학적 제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들은 건선 발생에 핵심적인 인자들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효과가 매우 우수하고 장기간 안전성도 입증돼 기존 치료법으로 효과가 없었던 중증 건선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건선 치료제로 생물학적 제제가 사용되기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피부과 전문의는 제한돼 있다. 따라서 기존의 치료법에 효과가 없는 중증 건선 환자인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 치료 경험이 있는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을 하여 도움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
건선은 종류도 많고 똑같은 종류의 건선이라고 해도 환자마다 약에 대한 반응이 전부 다르다. 그래서 환자 개개인에 맞춘 개별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 중 하나다. 따라서 건선 및 다양한 건선 치료법을 잘 아는 피부과 전문의에게 맞춤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건선 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 외에도 외부로 나타나는 병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견뎌야 하는 심리적 어려움이 크고 불치병이라는 인식 때문에 우울감에 빠지기도 쉽다. 난치성 질환이기는 해도 잘 관리하면 증상 없이 생활이 가능하므로 지레 겁을 먹고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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