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한알Tech] <1>DSLR, 그 달콤쌉싸름한 손맛의 정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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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문과 출신들은 한 번쯤 공부해 보고 싶지만 좀처럼 엄두가 나질 않는 분야로 ‘Tech’를 손꼽는다. 관련 서적을 읽으면 “왠지 글이 그림처럼 보일 것 같다”고 공포를 느끼는 문과 출신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비슷한 처지인 김 기자가 용기 내어 직접 공부해 풀어쓰는 ‘Tech 입문서’를 연재한다. 알면 실생활에 유용한 여러 기술(기기)의 작동 원리, 활용법, 전망 등을 정리해 소개한다.》
“아날로그 책을 고집하는 사람에게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사락’하는 소리, 밑줄 칠 때 ‘스윽’하는 그런 촉감이랄까?”

“야 그냥 찍어보면 알아. 무슨 사락, 스윽…(이후 혀를 찬다.)”

“아니 뭐 굳이 문과식으로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건데….”

사진 전문가 미스터 R에게 문과돌이 펜 기자가 허세 가득한 비유로 손맛의 정체를 점쳤다가 된통 구박만 당했다. 최근에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대세라는데, 소위 꾼들은 그 손맛을 찾아 굳이 디지털일안반사식(DSLR)을 고집한다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어쩌면 취재를 거저먹겠다는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말고 직접 공부하고 느껴보라는 R의 엄포였을지 모른다. 기자는 결국 미러리스와 DSLR 카메라의 작동 원리부터 파헤쳐야만 했다. 관련 서적을 뒤적이고 R에게 설명을 듣던 중 드디어 카메라에 무지한 기자가 처음으로 책상을 치고 “아~”하는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했다.

○ 광학식 뷰파인더의 눈맛.

“만약, 조리개 셔터 스피드 감도 등 여러 설정 값을 자동(Auto)으로 해놓으면 촬영자는 미러리스랑 DSLR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출신 학과의 한계 탓(?)에 기자는 일단 피부로 와 닿지 않는 현상은 아무리 글로 공부해도 그 속에 담긴 원리를 이해하기 힘들다. 위 질문은 미러리스와 DSLR 카메라의 구조적인 원리를 파헤치기 위해 나름 고민해 던진 것이었다. 고민하던 R의 대답은 “No!”

“어차피 다 자동으로 해 놓으면 DSLR의 광학식 뷰파인더가 굳이 필요하진 않겠지.”

“거울이 없는 미러리스에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고, DSLR에만 있는? (광학식 뷰파인더) 그런데 거울은 어디 있는 거야?”

“여기. 이미지센서(CMOS) 앞에….”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의 내부 구조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의 내부 구조


광학식 뷰파인더는 사진을 찍을 때 촬영자가 피사체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아날로그식 관찰 상자이다. 원리는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와 비교해보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여기 광학식 뷰파인더 밑에 LCD 모니터 보이지?”

“응. 보통 다 이걸 보고 사진 찍지 않나?”

“손맛을 중시하는 사진 전문가들은 광학식 뷰파인더를 보지.”

“근데 LCD 모니터로 보이는 화면이 최종 결과물로 나오는 거 아닌가?”

DSLR 카메라의 내부 구조
DSLR 카메라의 내부 구조


광학식 뷰파인더와는 달리 LCD 모니터에 잡힌 화면은 인출된 사진이나 jpg 이미지 파일 등 촬영의 최종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눈이 아닌 이미지센서가 인식한 세상의 모습이다. 그리고 눈이 포착한, 실물의 세상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긴 하지. 그런데 손맛은 여기서 탄생한다고 봐야겠지!”

“뭔 소리야.”

“일단 어떻게 LCD 모니터에 이미지가 생성되는지 그 과정부터 설명해줄게.”

R에 따르면 LCD 화면에 이미지가 노출되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카메라 렌즈로 빛이 들어와 이미지 소스가 수집되는 단계가 처음. 이후 렌즈를 통해 수집된 빛은 과거 카메라의 필름이라 볼 수 있는 이미지센서로 전달돼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는 것이 두 번째 단계다. 마지막은 이 디지털 신호가 전자회로를 거쳐 메모리 카드에 저장됨과 동시에 LCD 모니터에 노출되는 것이다.

광학식 뷰파인더와 LCD 모니터 정면
광학식 뷰파인더와 LCD 모니터 정면


“광학식 뷰파인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는 앞서 첫 번째 단계에서 렌즈로 수집된 빛 일부를 센서 앞에 자리 잡고 있는 거울을 통해 반사하는 것에서 출발해.”

“펜타 미러는 그 중간다리 역할 하는 거 맞지?”

“응. 거울에 반사되면서 상이 뒤집히는데 그걸 바로잡아주는 곳이지.”

“잠깐, R. 그러면 광학식 뷰파인더로 보면 화학조미료(MSG)가 없는 천연의 빛을 맛볼 수 있는 거지?”

“….”

“광학식 뷰파인더는 촬영자의 눈맛을 살린다.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

기자가 고집한 표현대로(?) 실물과 최종결과물 사이에서 촬영자가 수동으로 눈맛을 다듬기 위해 손맛을 살리는 과정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 눈맛 그리고 손맛

“근데 뭐 일반인은 LCD 화면이나 광학식 뷰파인더로 보는 거나 별반 차이 안 난다고 느낄 텐데….”

“알면 알수록 세세한 차이가 보이는 법이지. 음악을 레코드판으로 듣는 거랑 디지털 플레이어로 듣는 거랑 차이 나지 않니?”

“‘0101의 미학’이라….”

“쉽게 설명해줄게.”

R은 한껏 장인의 얼굴을 한 채 광학식 뷰파인더의 존재 가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손맛이란 꽤 미학적인 단계로 넘어오다 보니 그의 표현에도 제법 감성적 문구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광학식 뷰파인더는 눈으로 보이는 그대로를 담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에 필름 카메라의 ‘아날로그적인 뉘앙스’를 담은 것이라 볼 수 있어. DSLR을 사용하는 이들은 조용히 뷰파인더 너머를 바라보면서 한 컷, 한 컷 소중하게 담던 필름 카메라 시절 그 감각을 살리고 싶었던 거지…”-R의 DSLR 철학론 中

아날로그 감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광학식 뷰파인더라는 설명이었다. 사실 아무리 성능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이미지센서가 포착하는 세상은 아직 사람의 눈보단 흐릿하고 좁다.

“너무 철학적인데.”

“계속 설명하자면, 사진 촬영에는 ‘본다 → 찍는다’의 과정이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찍을 수 있겠지?”

“광학식 뷰파인더로 보고 찍느냐 LCD 화면을 보고 찍느냐, 그 차이를 설명하는 건가?”

“대충은…. 디지털화 되지 않은 아날로그 그대로의 빛을 광학식 뷰파인더를 통해 보면서 그 생생한 풍경이 주는 입체감, 밝기, 색 등을 조리개와 노출 정도 등을 직접 조율해 자신만의 화면을 찍을 수 있는 게 DSLR 카메라야.”

“여기서 질문. 미러리스 카메라는 색감, 감도 등을 아예 수동 조작할 순 없어?”

“있긴 한데 그 수동 조작이라는 것도 어차피 한번 디지털 신호로 바뀐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거니깐 DSLR과는 좀 다르지. DSLR은 아날로그인 빛이 렌즈에 들어오는 양을 광학식 뷰파인더로 보면서 촬영자가 보이는 그대로,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는 거니깐”

“일단은 넘어갈게.”

“그건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의 구성 요소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 이해될 거야.”

“잘 정리해서 보내줘.”

“(무시) 계속하자면, 달빛 아래에서 사람은 사물을 분간하지? 하지만 지금 나온 최신, 최고 성능의 이미지센서라 하더라도 그 정도는 아니야.”

“그래? 알파고가 이세돌, 커제도 이기는 세상에?”

“또한 미러리스 보다 역사가 오래됐기에 현재를 기준으로 DSLR이 뛰어난 점도 있어. 물론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계속 발전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지.”

“상품의 다양성, 부품의 성능 차이 뭐 그런 걸 말하는 건가?”

“그렇지. 상대적으로 미러리스보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DSLR 시장에는 성능 좋은 자동 초점 기능과 연사능력이 있는 카메라가 많아. 여기에 촬영자가 취향대로 살 수 있는 렌즈가 풍부하지.”

“딱, 카메라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거구나!”

“예를 들어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스포츠 사진 기자들은 현재로선 그들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어. 선수들의 움직임을 광학식 뷰파인더를 통해 눈으로 따라가는 게 훨씬 쉽고 연사 속도가 빠르고 초점도 잘 잡아주는 DSLR 카메라가 미러리스 보단 월등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스포츠부 사진 기자들이 죄다 DSLR 카메라만 들고 나가는 거였구나!”



미스터 R의 설명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니 머릿속에 손맛의 정체가 어렴풋하게나마 정리됐다. 미스터 R의 ‘DSLR 철학론’에 따르면 DSLR은 결국 디지털 사진에 아날로그적인 뉘앙스를 덧입히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눈맛을 살리기 위해 촬영자가 구도를 설정하고 원하는 영역에 초점을 맞춘 뒤 조리개(빛의 양), 셔터 스피드(셔터 속도), 감도(ISO) 등 촬영의 3요소를 설정한다.

2. 촬영 버튼을 눌러 셔터가 내려오는 마찰을 느낀다. 물론 마찰음도 함께!

3. 최종 결과물을 설레는 마음으로 LCD 모니터로 확인한다.

이 세 단계의 즐거움이 처음 미스터 R이 말하고자 했던 손맛이 아니었을까. 조리개 셔터스피드 감도 등 1단계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기초적인 지식은 아래 표로 정리했다.

다음 회에서는 미스터 R과 함께 ‘사람 눈을 닮은 50㎜의 화각’을 다루고자 한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감도 등에 관한 기초 지식 정리
조리개, 셔터스피드, 감도 등에 관한 기초 지식 정리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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