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 대책, 서민 부채폭탄 터지지 않도록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0시 00분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에만 1조2000억 원 늘면서 잔액이 362조 원에 육박했다. 1월 1000억 원이었던 은행권 가계대출도 5월엔 6조 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 돈이 주택시장에 몰려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0년 만에 1만 건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10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직후 박수현 대변인은 “집값 문제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가 그 이상성과 심각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 것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재건축·재개발 시장 호황에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이 서민주거안정에 맞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곧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커졌다.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주 문 대통령은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는 모든 대책을 동시에 터뜨리면 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어제 7월 말로 종료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의 방향 결정을 이른 시일 내에 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도 정책별 타이밍을 강조한 말이다. 금융당국은 1360조 원에 이른 가계부채로 은행이 불안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주택금융 규제 때문에 빚을 내 집을 산 서민가계가 부도를 낸다면 양극화는 더 심해질 우려가 크다.

지난달 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정부가 2014년 8월 DTI와 LTV 규제를 푼 것이 가계부채를 키운 요인”이라고 말해 강한 규제를 시사했다. 그러나 어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두 규제를 환원하는 데 따른 영향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 정부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있는 셈이다. 한쪽을 틀어쥐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주택시장의 특성을 간과한 채 소 잡는 칼을 마구 휘두르면 거품 붕괴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저소득, 저신용이면서 여러 금융권에 다중채무를 진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대책부터 우선 추진하는 등 소득계층에 따라 정교한 수술을 해야 한다.
#부동산 대책#주택담보대출#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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