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흘 후 文 취임 한 달… 18部 장관 중 12명 이름 안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0시 00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비롯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늘 열린다. 김이수 후보자는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의견에 따른 국가관, 강 후보자는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며 여성 발탁이라는 의미를 부각했으나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각종 의혹에 과연 “검증을 하기는 한 거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여야가 바뀐 상황에서 흠 없는 인물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5일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을 임용 11일 만에 사실상 경질했다. 연세대 교수 시절 여성 제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품행이 뒤늦게 밝혀졌다. 청와대에 나와 일을 하던 안현호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의 내정이 철회된 것까지 합치면 두 번째 중도 하차다. 문제는 경질이건 내정 철회건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안 전 내정자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데다 친기업 성향이라는 이유로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반발했고 김 전 차장에게는 여성단체의 투서가 있었다고 한다. 어떤 경우든 민정수석실에서 사전에 걸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뒤늦게 노동계와 여성계가 문제를 제기해 청와대가 수용한 모양새다.

김 전 차장은 당초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으로 배치됐었고 본인도 “마음 비웠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안보실 2차장으로 지명된 것은 외교안보 라인업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김 전 차장이 여성 문제로 경질됐다면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한 책을 쓴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행정관도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같은 ‘준비된 인사’를 내놓아 대통령직인수위 없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했다. 그러나 이어진 인사에서 정권 코드에 맞추는 것까지야 불가피했다고 해도 인사검증 시스템의 구멍을 의심할 정도의 하자가 발견된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탓인지 1기 내각의 조각(組閣)도 도무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높은 도덕 기준을 가지고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철저하게 인사검증을 하는 것 때문에 좀 늦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이해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사흘 후면 문 대통령 취임 한 달이다. 그럼에도 18개 부 장관 가운데 6명의 이름만 나왔을 뿐이다. 전임 정부 각료와 새로운 청와대의 동거 기간은 가급적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드 보고 누락 사태도 따지고 보면 여기서 비롯됐다. 청와대는 조각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여유를 부릴 만큼 나라 안팎의 정세가 간단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이낙연 국무총리#임종석#김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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