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추가로 차관급 인사를 단행한 것은 장관급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관을 중심으로 내각을 운영해 국정 공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 노무현 정부를 거친 ‘실세 차관’을 배치한 것은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된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서 차관은 대미(對美) 자주외교를 강조한 이른바 ‘자주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2007년 한 신문에 실은 기고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영해선이라는 주장에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서 차관은 당시 “휴전 직후 유엔군 사령관이 NLL을 설정했는데 그것이 ‘영해선’이라면 영토를 유엔군사령관이 지정한 셈”이라며 “이 선이 ‘영해선’이라면 육상의 군사분계선도 ‘국경선’이라고 해야 할 텐데 그런 주장은 없다”고 썼다.
다만 서 차관은 한중관계를 강조하면서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온건 자주파’로 분류된다. 서 차관은 지난달 26일 국방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의 안보정책에 대해 “대화에서 제재까지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하는 과감하고 근원적인 해결책”이라며 “미국과 관련국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서 차관은 문 대통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진상조사 지시로 신호탄을 올린 국방개혁을 주도하고 국방 공약을 총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 차관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포함한 ‘국방개혁2020’의 틀을 세우는 등 국방개혁의 밑그림을 그렸다. 군(軍) 출신이 아닌 서 차관이 하마평에 오르자 군 내부에서 반발과 견제가 있었지만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국방부 장관도 민간인 출신을 임명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은 1960년 현석호 전 장관 임명 이후 없었다. 하지만 군 출신 장관 임명을 전제로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한 포석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의 유임 역시 의미가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고위 공직자 중 처음으로 유임된 임 차관은 외교부 북미국 한미안보협력관, 주중 대사관 공사 등을 지내는 등 미중 외교 전략통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북핵 6자회담 한국 차석대표인 북핵외교기획단장을 지내 북핵 협상에도 밝다.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의 하차로 비상이 걸린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북핵·4강 외교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임명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포함해 외교안보 부처 차관들은 모두 노무현 정부 청와대를 거친 인물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에도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조남관 검사를 내정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로부터 신속하게 탈피하고 국방·외교 분야와 권력기관 개혁의 드라이브를 가속화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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