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민기 서울의료원 원장
정부 지자체 적극 지원 필요… ‘방문객 관리 시스템’도 추진
부모나 가족 중에 입원 환자가 생기면 질환 치료이외에 간병도 문제다. 정부는 병원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건강보험화하고 2018년부터 전국 대형병원에 의무화할 예정이다.
서울의료원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 신규 의료정책 개발 등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병원이다. 국내 최초로 환자안심병원(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해 안착에 성공시킨 김민기 서울의료원 원장에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어떤 계기로 도입하게 됐나.
“현대인은 모두 바쁘다. 가족 중 입원 환자가 생기면 보호자인 가족은 직장을 휴직하거나 간병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 간병은 고스란히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알아봤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환자 간병은 가족이…’라는 생각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많은 나라에서 가족 간병 문화 없이 병원에서 환자를 돌봐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에 확신을 가지고 박원순 시장께 상의를 드렸더니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고 서울의료원 직원들은 서울시 지원을 받으며 1년여 동안의 힘든 준비 과정을 거쳐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서비스를 개발하고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보다 간병의 역할을 간호사가 모두 맡아 수행한다는 개념을 도입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간병이라는 부분이 그동안은 기본간호에 포함되지 않았다. 치료를 위한 간호 이외에 식사 보조, 용변 처리 등 많은 일들이 간호의 영역이 아니었다. 결국 가족들이나 간병인이 해결해야 했는데 시스템을 도입하면 간호사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어서 간호 인력의 동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잠깐 사이 환자의 낙상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책임 문제 같은 것은 정말 답을 내기가 어려웠다.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도입이 쉽지 않았던 이유다. 우리는 문제에 대해 관계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했다. 간호사와 보조원의 역할을 토의하고 연구하면서 1년간 100회가 넘는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통해 매뉴얼도 만들어지게 됐다. 매뉴얼은 지금 전국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 병원의 교과서로 쓰이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우선 비용적으로 사설 간병인을 한 달간 고용하면 280∼300만 원 정도가 든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20만 원 정도만 추가 부담하면 된다. 비용뿐만 아니라 병원의 간호 인력에게 전문적인 간병을 받게 되니 환자, 보호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 전문 인력이 간호·간병을 하고 치료의 차도도 좋아졌다.” ―국내 최초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성공시켰는데 또 다른 관심사가 있나?
“현재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것은 병문안 방문객과 보호자의 출입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방문객 관리 시스템’이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간병 문화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다. 간병 문화에 대한 문제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무질서한 병문안 문화가 대규모 감염 사고의 큰 허점으로 밝혀졌고 전 국민이 문제를 인식했다. 그 뒤 각계각층에서 “메르스 이후, 한국 의료가 바뀔 것”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 일부 병원에서 방문객 면회시간 제도를 도입해 방문시간을 통제하고 있긴 하지만 더 나아가 누가, 언제 왔는지,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파악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RFID 시스템을 방문객에게 제공해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벌써 공사가 많이 진척돼 올 7월이면 운용이 가능할 것이다. 초기에는 많이 불편할 수 있다. 방문객의 혼란과 항의도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꼭 필요한 제도다. 운용하면서 계속적으로 수정·보완해 개선해 나갈 것이다. 시스템이 정착되면 지난 메르스 때처럼 수많은 방문객들을 인상착의로 CCTV에서 하나하나 찾아내고 추적하는 무모한 일은 없어질 거라 생각한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도입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최초 개발기관으로서 조언을 한다면….
“최대한 현장 인력들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병원 전체가 합심해 도와줘야 한다. 보건복지부나 지자체에서는 어려운 간호·간병의 일을 해내고 있는 현장 인력들에게 사명감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인 지원과 다양한 장려 제도 등을 제공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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