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내 재지정 않고 폐지… 일반고 전환후 사교육 심화 우려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6일 03시 00분


[기로에 선 특목고]자사-국제-외고 폐지 Q&A
Q 전국적으로 다 없어지나… 서울-경기교육청은 이미 폐지 수순
Q 서울 추첨제 도입 의도는… 우수생 선발권 뺏어 평범한 학교로
Q 일반고 전환때 부작용은… 강남지역-영재학교 쏠림 심할듯

썰렁한 외고 설명회장 1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경기외고 입학설명회 
현장. 학교 진학 담당 교사가 학부모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외고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학부모의 관심이 줄어든 
때문인지 빈자리가 많다. 이전 설명회에는 학부모 1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수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썰렁한 외고 설명회장 1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경기외고 입학설명회 현장. 학교 진학 담당 교사가 학부모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외고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학부모의 관심이 줄어든 때문인지 빈자리가 많다. 이전 설명회에는 학부모 1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수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서울 등 전국 자율형사립고 46곳, 외국어고 31곳, 국제고 7곳이 수년 내 단계적으로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15일 “자사고 등 폐지는 교육감들이 할 수 있는 판단(결정)”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계속 다녀도 될지, 지원을 준비했던 학생들은 입학을 포기해야 할지를 두고 큰 혼란에 빠졌다. 학생과 학부모가 궁금해할 사항을 전문가들과 함께 알아봤다.

Q. 정말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전국적으로 다 없어지는 건가.

A.
교육부가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고등학교의 구분’ 규정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없애면 전국적으로 사라진다. 국정기획자문위도 이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국정과제에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육부는 시행령을 개정해도 5년 전 운영성과 평가로 2019∼2020년까지 재지정돼 있는 학교들을 그 전에 일반고로 전환하긴 어렵다고 본다. 자사고 중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학교 10곳(하나고 상산고 민사고 등)까지 폐지할지도 고심 중이다. 이들 학교는 매년 학생납입금의 20%(학교마다 다르지만 약 10억 원)를 법인전입금으로 납입한다. 3∼5%를 납입하는 광역 단위 자사고와 같이 처리하기 어려운 이유다.

Q. 재학생인데 2019∼2020년까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유지되나.

A.
현재 1학년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 먼저 자사고 2곳, 외고 8곳의 폐지를 언급한 경기도교육청도 2019∼2020년 재평가 때 재지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현 재학생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자사고나 외고가 28일 발표될 수 있다. 해당 학교는 2년 전 평가에서 점수가 미달돼 재평가를 받은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등 자사고 3곳과 서울외고다.

Q. 지원을 준비해 왔는데 2019∼2020년 입학까진 괜찮나.

A.
예를 들어 2021년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2020년 3월 입학한 학생까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수업료와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그러나 정부가 폐지를 예고한다면 그 전에 지정 취소를 원하는 학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학교는 폐지될 학교에 오고 싶은 학생이 없을 것이므로 신입생 모집이 미달될 것으로 우려한다. 학생들로부터 받는 학비에 운영을 의존하기 때문에 미달되면 학교 손해가 막심하다. 따라서 스스로 지위를 포기하는 학교가 나올 수 있다. 2020∼2021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되면 한 학교 내에서 학년마다 학비와 교육과정이 다른 문제가 생긴다.

Q. 일반고로 전환되면 학비가 일반고와 같아지나.

A.
원래는 그래야 한다. 다만 교육부는 일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했을 때 생기는 재정 부담 때문에 학비를 고민하고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학비가 비싼 대신 정부 보조금을 안 받는다. 하지만 일반고로 전환하면 각 시도교육청이 사립학교에 주는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 학교당 30억∼40억 원씩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등록금을 일반고와 동일하게 하고 보조금을 다 지원할지, 등록금을 조금 더 받고 일부만 지원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Q. 일반고 전환 전에 입시를 일반고와 동시에 실시하는 건 어떤 의미인가.

A.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다. 당장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폐지할 수 없기에 일반고와 입시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이들 학교의 우수 학생 선발권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입시를 동시에 실시하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은 먼저 일반고에 지원한 학생들이 배정되고 남은 학교에 가야 한다. 비선호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므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지원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 방안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해서 전국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Q. 서울은 이르면 내년부터 자사고에 추첨제를 도입한다는데….

A.
현재 자사고는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토대로 면접 대상자를 추첨한 뒤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학생을 뽑는다. 이를 추첨제로 바꾸면 자사고는 우수한 학생 선발권을 뺏기는 셈이다.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선 학비를 일반고보다 3배나 내면서 우수 자원이 보장되지 않는 학교에 지원할 필요를 못 느낄 수 있다.

Q.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선호도가 떨어질까.

A.
학교마다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서울 강남 등 교육특구에 있는 자사고는 그 전에도 명문고였던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반고로 전환돼도 큰 변화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현재도 학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강북 지역 자사고의 경우 사정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가 자녀를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보내려는 건 일반고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강남 등 교육특구 학교와 과학고·영재학교 선호 현상이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보충수업으로 사교육을 적게 받던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사라지면 사교육 수요가 더 커질 거란 시각도 많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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