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땐… 고교 입시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과학고-영재학교 우수학생 쏠림 가속… 대입성적 좋은 ‘강남 8학군’ 부활할듯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 정책 추진이 급물살을 타면서 고교 입시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수목적고 중에 폐지 대상이 아닌 과학고와 영재학교에 학생이 몰리고, 일반고 중에는 서울 강남 지역 등으로 우수 학생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경기도교육청, 서울시교육청 등이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 작업에 나선 데 이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법 개정을 통해 이들 학교의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의 결재만 있으면 바꿀 수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국의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거에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이 깊이 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고교 입시 경쟁과 서열화를 없애고 일반고에도 우수한 학생을 확보해 교실 붕괴를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이 이뤄지면 이과 계열에서 수월성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이 과학고와 영재학교로 몰릴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사고 학생의 60∼70% 정도는 이과 성향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자사고가 없어지면 이들은 과학고와 영재학교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입학 성적이 좋은 고교 입학을 위해 강남 지역으로 이주할 가능성도 높다. 서울의 경우 광역단위 선발 자사고는 강남 지역에 있는 자사고도 서울 전역에서 신입생을 선발하지만 이들이 일반고로 전환되면 강남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이 뽑힐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수 상위 50위 안에 든 일반고 13곳 중 절반을 넘는 7곳(단국대사대부고 서울고 숙명여고 경기고 반포고 강서고 중산고)이 서울 강남·서초·양천구 등 이른바 ‘교육특구’의 학교였다. 또 서울에 위치한 22개 광역단위 선발 자사고의 2017학년도 서울대 합격자는 모두 211명인데, 이 중 서울 강남·서초·양천구 지역 자사고 6곳(휘문고 세화고 현대고 중동고 세화여고 양정고)이 절반 이상인 121명을 차지했다.

서울 송파 지역의 중학생 학부모 김모 씨는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돼도 당장 일반고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돼 도박하는 심정으로 동네 자사고 쪽으로 주소를 옮겨둘지, 아니면 아예 강남구나 서초구로 이사를 갈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부동산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명문 일반고 입학이 가능한 지역의 아파트 전세 등을 묻는 전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자사고 입학을 준비했던 학부모들은 ‘멘붕’ 상태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중3 학부모 오모 씨는 “지역에 명문고라고 할 만한 곳이 없어 자사고 진학을 준비했는데 너무 당황스럽다”며 “강남 등이야 자사고가 일반고가 돼도 학교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겠지만 비강남권은 일반고가 되면 교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커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한모 씨는 “지역 내 자사고들이 시설 투자와 우수 교사 유치에 공을 들였는데 일반고가 되면 결국 동네의 질 낮은 일반고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가 폐지되고 내신이 절대평가화되면 교육특구의 일반고가 대입에서 유리해질 게 분명하다”며 “다만 상위권 학생들이 모두 특구로 옮기긴 힘든 만큼 당분간은 거주 지역별 옛 자사고에도 학생들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우선 imsun@donga.com·유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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