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중소벤처기업부에 거는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새 정부 5년을 이끌어갈 정부조직 가운데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되었다는 안도감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감이 커지는 것은 그만큼 중소기업계에 당면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뜻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기대치를 반영하려면 주어진 역할이나 일하는 방식이 기존 중소기업청과는 사뭇 달라야 할 것이다.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출범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우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경영 외적인 요인에 의해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경쟁력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겪게 되는 불공정 거래, 불합리한 제도는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집권 초기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가 시간이 흐르면 관심도가 사그라지는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도 안 된다. 집권 초기부터 중소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기업 간 거래 관계부터 균형추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신설되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근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창업(start-up)에 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 규모의 확대(scale-up)에 의한 것이다. 창업, 특히 기술창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기술창업은 교수, 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해야 성공률이 높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 기반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창업에 주저 없이 나설 수 있도록 창업 기반 전반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기술과 인재가 모여 있는 대학, 연구소, 대기업 등의 사내벤처 및 분사창업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기술과 아이디어 기반의 혁신 창업기업이 강소기업,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동적인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인수합병(M&A), 사업 전환, 해외 진출 등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것도 신설 중소벤처기업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이다. 과거 개발연대부터 형성되고 고착화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못하면 자금이나 인력이 중소기업으로 유입되는 것을 제한하여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고용창출을 어렵게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일하는 방식부터 정책공급자 시각에서 벗어나 정책수요자인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 생각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한곳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책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는 동시에 복잡한 지원 절차와 제출 서류를 간소화하는 클라우드 기능을 강화해 신설 부서의 위상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적절한 서비스로 정책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우리 중소기업들이 낙오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중소·벤처기업이 참여 가능한 정부전략을 마련하는 데에도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저성장-저투자-저고용이라는 세 가지 함정에서 벗어나는 길은 중소·벤처기업 활성화에 달려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중소벤처기업부#강소기업#창업#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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