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김모 씨(80). 혼자 옷을 입기 힘들 정도로 무릎이 아팠지만 생계 때문에 치료는커녕 하던 일을 관두고 쉴 수도 없다. 이런 김 씨를 안타까워하던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얼마 전 수술비를 보조해주는 재단을 알게 됐고 양쪽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고가의 수술비는 노인의료나눔재단에서 지원받았다. 지금은 재활치료를 받으며 시니어일자리센터 일도 다시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에 발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9.2%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성질환은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저소득층에서는 의료비 부담도 큰 문제다. 2016년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4조5646억 원으로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의 38%에 달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65세 이상 노인의 약 70∼80%가 겪는 매우 흔한 만성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의하면 2016년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 발병률은 전체 질병 중 다섯 번째로 많았다. 65세 이상 노인 153만9659명이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진료를 받았으며 이 중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는 11만4490명이었다. 요양급여 총액은 5819억3951만6000원으로 치매, 뇌경색 다음으로 높았다.
노인 무릎 퇴행성관절염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관절 안의 물렁뼈가 점점 닳아 없어지고 물이 찬다. 더 악화되면 다리가 O자 모양으로 휘고 통증도 심해진다. 점점 걷기가 힘들어지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무거운 것을 들기도 어렵다. 특히 앉았다 일어설 때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증세가 심하지 않을 때는 약이나 주사, 물리치료 등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중증으로 진전된 관절염에는 인공관절수술을 할 수 있다. 인공관절수술은 상한 물렁뼈를 깎아내고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공관절을 집어넣는 수술이다.
노인 무릎 인공관절수술 지원 사업
요즘은 잘살아서 생기는 병도 많아졌다지만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좀 특이하다. 소득이 적을수록 환자가 많다. 2015년 강원도 영월군의 사회조사보고서를 보면 월 소득 50만 원 미만에서 52.3%, 100만 원 미만에서 39.6%가 무릎 퇴행성관절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월군보건소의 방문보건사업에서 시행하는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 지원활동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무릎 퇴행성관절염에 허용되는 주사 횟수는 6개월에 3회 이내다. 주사치료는 항염증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간 남용하면 면역억제·당뇨병·고혈압·위궤양 등 다양한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신체의 다른 부분까지 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저소득층 노인 대다수는 돈이 없거나 두려워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파스 한 장에 의존하거나 통증완화 주사나 진통제만으로 버티다가 상태를 악화시킨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부터 ‘노인 무릎 인공관절수술 지원 사업’을 시행하는 이유다.
노인의료나눔재단은 퇴행성관절염으로 고통 받고 있는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국비 지원, 사회적 후원을 통해 삶의 희망을 주고자 설립됐다. 인공관절수술을 지원하고 저소득층 노인과 홀몸노인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재활-시스템케어로 이어져야
일반적으로 양쪽 무릎 수술 환자는 약 3주간 병원에서 기초적인 재활과정을 거치고 퇴원한다. 퇴원 후 가사활동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해보자.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단기 가사 서비스’ 지원 신청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수술 후 적절한 재활운동이 필수적이다. 수술 환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적어도 5∼6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 수술 처치가 약 60%의 역할을 한다면 나머지 40%는 재활운동의 몫이다. 통증으로 오랫동안 관절 주위의 근육을 사용하지 않아 근육이 위축되고 근력도 약해져 있는 노인들에게 재활은 특히 중요하다. 나병기 노인의료나눔재단 상임이사는 “젊고 패기 넘치는 운동선수도 부상을 당해 수술을 하고나면 힘겨운 재활과정을 거쳐야만 이전의 역량을 회복할 수 있다”며 “오랫동안 무릎 관절염으로 고통을 겪어 온 노인들에게 재활치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인의료나눔재단 사업은 무릎 인공관절수술비 지원과 건강예방교육을 중심으로 꾸려져 있다. 나 상임이사는 “현재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재활운동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며, “지원 사업의 목표가 저소득층 노인들의 치료를 돕고 사회 복귀를 이끌어내는 것인 만큼 수술을 받은 노인들이 거주 지역 보건소에서 물리치료나 재활운동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 케어’를 구축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인의료나눔재단에서는 무릎 퇴행성관절염에 대한 예방과 대처 방안을 알리는 다양한 건강예방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노인 무릎 인공관절수술 지원 사업은 만 65세 이상, 중위소득 50%이내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복지부 사업이다. 가까운 보건소에서 수술비 지원 신청을 하면 약 1주일 내 노인의료나눔재단에서 대상자를 선정해 알려준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최대 1인당 120만 원(한쪽 무릎)에서 240만 원(양쪽 무릎)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재단에서는 2015년부터 2017년 6월 2일까지 총 3904명, 6077건의 수술 지원을 했다. 2017년 사업비는 총 23억 원으로 올해 말까지 약 10억 원, 약 1000여 명을 더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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