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삶의 질 위협하는 남성 요실금, 쉬쉬하지 말고 치료받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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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요실금
전립샘 비대증, 전립샘암 수술 후 괄약근 손상이 주요 원인
치료 안전성·만족도 입증된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 효과적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에 대해 설명하는 김장환 연세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연세세브란스병원 제공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에 대해 설명하는 김장환 연세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연세세브란스병원 제공
요실금은 여성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남녀노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 흔히 알고 있는 노화 외에도 선천성 질환이나 후천적 사고 또는 수술 후유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남성 요실금의 경우 부끄럽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질환을 숨기고 혼자 끙끙 앓다가 병을 더 키우는 환자들이 많다.

요실금, 증상만큼 원인도 다양해


요실금이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변이 흘러나오는 현상이다. 건강을 해치지 않지만 개인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협하고 정서적 불안을 초래한다. 더욱이 요즘 같은 여름은 요실금 환자들이 더 고통받는 계절이다. 요실금 환자들의 대부분이 소변이 새는 실수를 우려해 평상시 물을 섭취하는 것에 인색한데,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는 이로 인해 체내 수분량이 부족해져 소변 농도가 진해지게 된다. 이러한 소변이 샐 경우 심한 악취가 나는 것은 물론 농축된 소변이 방광을 수축시켜 요실금 증상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요실금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한다. 요실금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하는데, 절박성과 복압성이 가장 대표적이다. 절박성 요실금은 나이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화장실에 가거나 미처 속옷을 내리기도 전에 소변이 흘러나오는 형태다. 보통은 소변이 마렵다는 신호가 오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소변을 볼 수 있도록 뇌에서 조절 가능하지만 절박성 요실금 환자는 그렇지 않다. 특히 남성의 경우 전립선(전립샘) 비대증으로 인한 절박성 요실금이 흔하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립샘암 수술 이후의 괄약근 손상도 남성 요실금의 원인이다. 척수 손상 및 척추관 협착증이나 방광 또는 신장의 이상 증세 등 후천적 원인으로 요실금을 겪기도 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기침이나 줄넘기를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배에 힘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요도와 방광을 지지하는 골반 근육이 약해져 요도의 닫히는 능력이 저하되며 방광에 고여 있던 소변을 조절하지 못해 새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 폐경 등을 겪는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하지만, 괄약근이나 요도에 손상이 있으면 남성에게도 나타난다.

과거에는 요실금이 여성에서 주로 발생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해외 여러나라의 유병율 연구를 통해 성별과 관계없이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요실금 발병도 증가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요실금은 남성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며 전립선비대증과 동반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남성 요실금 환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이나 척추협착증과 같은 척수질환이 있을 때도 많이 발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요실금의 원인을 찾다가 뇌 질환이나 척수질환을 진단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요실금의 원인은 다양하다. 선천적 원인으로 소아에서도 발생 할 수 있으며 후천적으로 뇌, 척수, 말초 신경, 방광, 요오드 손상 또는 질환으로 요실금을 겪기도 한다.

요실금으로 ‘이중고’ 겪는 척수 장애 환자

척수장애를 앓고 있는 22세 남성 환자는 태어나서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하루도 기저귀를 차지 않은 적이 없다. 선천성 척수 손상으로 인한 배뇨 장애가 원인으로, 이 때문에 우울증은 더 심해졌고 자존감은 갈수록 낮아졌다.

이렇듯 척수장애로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요실금은 더 가혹한 고통이다. 선천적으로, 혹은 교통사고나 스포츠 활동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 속 사고로 인한 척수 손상은 방광 기능을 담당하는 자율신경계를 마비시킨다. 이는 방광 기능을 저하시키고, 결국 요실금으로 이어진다.

흔히 척수장애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거동 불편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평생 동안 소변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심리적 고통 역시 매우 크다. 사회적으로 위축되거나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을 겪으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의 심리적 고통은 재활 치료 효과에도 악영향을 미쳐 합병증 등의 건강 악화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요실금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장환 연세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요실금으로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요실금으로 운동을 꺼리는 젊은 여성, 전립선암 치료 후 암은 완치 됐지만 요실금으로 삶의 의욕을 잃었다는 남성, 냄새난다고 어린 손자가 자신을 피했다는 노인, 척수손상 후 요실금만 해결 돼도 생활이 편해 질 것 같다는 남녀 척수 장애인 등 많은 이들이 요실금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


요실금 치료 방법은 증상 및 종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행동치료, 약물요법, 주사요법, 등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치료로도 효과가 없을 경우엔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 슬링수술 등 수술적 치료도 생각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척수장애 환자도 최근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을 받은 뒤 기저귀가 필요 없는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남성 요실금 치료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는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수술의 안전성과 치료 후 만족도 및 삶의 질 향상이 입증됐다.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은 약해진 요도괄약근 대신 인공괄약근을 삽입하여 요도를 조여 소변이 흐르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소변을 보고 싶을 때는 간단하게 음낭내 펌프를 누르면 조여 있던 인공괄약근이 풀리면서 소변 배출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요실금은 환자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매우 위험한 질환으로 봐야 한다”며 “현재 효과가 입증된 다양한 치료법이 있어 병원을 찾으면 충분히 요실금을 극복할 수가 있지만 질환을 숨기거나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환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특히 척수장애 환자들에게는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과 같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가끔 환자에게 수술을 권할 경우 비용에 부담을 느끼거나 효과에 대해 의심하기도 하는데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삶의 질 향상을 생각하면 수술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환자의 강한 치료 의지와 용기를 당부하며, 더불어 요실금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의료계와 정부의 노력도 함께 촉구했다. “척수 장애 환자의 경우 효과적 재활을 통해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므로, 의료진들이 요실금 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권해 극복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며, 환자들이 치료비용으로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없도록 환자 본인 부담률을 낮추는 정책적 지원 역시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요실금#남성 요실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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