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 불신 발언 논란
“공정위 지난 10년 잘못 사과할 것… 적절한 시점에 반성하는 기회 마련”
금융위측, 김상조 발언에 냉랭한 반응… 일각 “타부처 비판 신중치 못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신뢰 제고 추진 방안’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모피아(재무부+마피아)’로 통칭되는 경제·금융 관료들을 비판해 논란을 사고 있다. 공정위가 외부에서 과도하게 비난받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던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교수 시절부터 경제 관료들에게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하지만 부처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타 부처를 평가하는 것은 신중치 못한 처사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 모피아에 직격탄을 던지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의 대부분을 공정위에 제기되고 있는 각종 비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데 할애했다. 그는 “국민이 공정위에 거는 기대와 요구는 매우 높은데 현재 공정위가 그만한 국민적 신뢰를 축적하고 있는가라고 자문할 때 긍정적으로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는 것이 현주소”라는 자기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잘못에 비해 너무 많은 비판을 받는 건 아닌가 억울한 심정도 있다”면서 “솔직하게 말하면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많이 먹는 게 아닌가. 공정위원장에 취임한 이후로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다”며 느닷없이 화살을 금융위에 돌렸다. 이런 발언에 장내가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갑자기 나온 얘기인 데다 최근 들어 공정위와 금융위 사이에 정책을 두고 다툼이나 이견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돌출 발언은 모피아에 대한 김 위원장의 평소 불신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 위원장은 교수 시절에도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모피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개개인을 놓고 보면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집단으로 움직일 때는 조직폭력배나 진배없어지는 것이 한국의 모피아다”라거나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모피아에게 넘어가는 순간 여지없이 실패한 정권이 된다”라고 질타할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개혁을 공정위의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김 위원장이 금융위에 견제구를 던졌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정부부처 수장이 다른 부처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측은 냉랭한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위의 한 국장급 관료는 “평소에 김 위원장이 금융에 많이 관심을 갖고 있었던 만큼 앞으로 양 부처가 협조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지난 10년 정책, 대국민 사과할 것”
김 위원장은 과거 공정위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고, 판단에 오류도 분명하게 있었다”면서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를 가리킨다. 이 기간 공정위가 불투명한 방식으로 재계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대형 법무법인(로펌)이 공정위 출신 직원들을 잇따라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어떤 잘못에 대해 사과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적절한 시점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반성하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직원들이 규정에 따라 처리한 사안을 두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석을 달리해 비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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