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충북 청주가 수해 복구에 땀을 흘리는 가운데 충북도의회 일부 의원은 나들이성 해외연수를 떠났다.
18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부터 27일까지 8박 10일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해외연수에 나섰다.
이날 떠난 의원은 김학철(충주·자유한국당), 박한범(옥천·〃), 박봉순(청주·〃), 최병윤 의원(음성·더불어민주당)이다. 충북도의회 사무처 직원 3명과 충북도청 관광항공과 직원 1명도 함께 출국했다.
연수 일정표에 따르면 이들은 프랑스 파리 개선문과 몽펠리에, 마르세유, 이탈리아 제노바, 밀라노 등을 방문한다. 대부분 잘 알려진 관광 명소다. 20일 아비뇽 페스티벌 현장, 24일 피렌체 시청 방문, 25일 베니스 비엔날레 현장, 26일 밀라노 시청 방문 일정이 있지만 구색 맞추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총 연수비용은 4793만 원이다. 광역의원의 국외연수 규정상 의원 한 명에게 주어지는 연간 사용 한도액은 500만 원이다. 여비가 부족하면 나머지는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이번 연수를 떠난 도의원들은 1인당 55만 원씩 부담했다.
연수에 참가하지 않은 연철흠 의원(청주·더불어민주당)은 “해외연수를 논의하던 때는 가뭄이 심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초 연수를 떠나기로 한 이언구 의원(충주·자유한국당)은 이날 개인 사정으로 참가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오창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문화국장은 “충북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도민 전체가 시름에 잠겨 있는데 민심을 챙겨야 할 도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선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오 국장은 “일정표를 보니 ‘주요 관광지 및 문화유적 탐방’이라고 돼 있는 일정이 상당수인데 과연 이들 의원의 해외 연수가 지자체의 정책 수립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15, 16일 300mm가 넘는 폭우로 사망 6명, 실종 1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500채 넘는 가옥 및 수천 ha에 이르는 농경지 침수 피해를 입은 충북에서는 18일에도 민관군이 총동원돼 수해 복구에 집중했다. 이날 오전 일찍부터 충북도와 각 시군 자원봉사센터, 적십자사 충북지사, 지역 새마을회, 육군 37사단, 충북지방경찰청 등에서 나온 사람들은 수해지역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복구활동을 벌였다. 충북도가 이날까지 집계한 잠정 피해액은 172억20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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