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자동으로 (신고리 5, 6호기 공사 영구 중단에 대한) 결론이 나는 게 아니다. 결정권자(대통령)가 최종 결정을 하는 데 도와드리는 역할이다.”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회의 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1, 2차 공론화 과정 참여자들의 역할을 이처럼 결정한 것은 공론화위에 쏟아지고 있는 법적 권한 논란과 결정 이후 떠안게 될 책임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공론화위의 이날 결정은 공사 중단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윤석 공론화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시민 배심원단’이라는 용어 때문에 빚어진 혼선”이라며 “하나의 정해진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만 설문조사 항목에는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찬반과 정부가 추진하는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묻는 질문도 포함하기로 했다.
공론화위는 또 “1∼3차 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에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를 통해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찬반 비율을 조사하고, 공론조사에 선발된 350명이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의견 변화를 보이는지 관찰해 그 결과만을 보고서에 담겠다는 뜻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이 “‘시민 배심원단’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정부는 그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발언해온 기조와 큰 차이가 있다.
공론화위가 추진하는 공론조사는 2012년 일본이 진행한 원전 관련 공론조사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본은 6849명을 대상으로 원전 비중 0%, 15%, 20∼25%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285명의 토론 그룹을 선발했다. 일본 정부는 이들이 토론을 거치면서 개별 시나리오에 보인 선호도 변화를 추적했고, 최종적으로 ‘원전 제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원전 제로 정책을 공식 채택했다.
공론화위는 이를 위해 1차 조사 대상 2만 명은 지역, 성별, 연령을 고려한 확률 추출법을 사용해 선발할 계획이다. 원전 주변 주민의 의견에 어느 정도 가중치를 둘지는 정하지 않았다. 8월 중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를 활용해 여론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공론화위가 벤치마킹해온 독일의 경우 7만 명을 전화 설문한 뒤 120명을 최종 시민 패널단으로 선정했다.
야당은 이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서면논평에서 “(공론화위는) 결국 답정문(답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대로 정해져 있다)이 됐다”며 “결국 문 대통령의 결정을 정당화시켜 주기 위해 공론화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론화위에 대한 불신을 떨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은 영국에 건설 중인 원전 운영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 협상이 타결되면 한수원은 영국에서 최소 2기의 원전에 대한 운영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수원은 영국 윌파 원전 2기를 포함해 총 4기를 짓고 있는 허라이즌뉴클리어파워로부터 지분 인수를 제안받았다. 허라이즌은 일본 히타치 제작소의 자회사다. 한수원은 “사업 협력을 제안받고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파 원전 2기의 총사업비는 100억 파운드이며 2020년 준공할 예정이다. 한수원이 제안받은 지분 참여율은 35%인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