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원전 사고 불안감 때문에 원전을 없애야 한다면 1970, 80년대에 지어진 고리 2호기나 월성 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까지 고려한 국내 총 29기 원전 중 가장 안전한 원전이다.”
이병령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개발책임자(핵공학 박사·사진)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고리 원전 5, 6호기, 중단해야 하는가’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박사는 1980년대 한국형 경수로 개발 책임을 맡은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며 “풍력,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도 좋지만 확보한 전력량만큼 원전을 줄여야지, 먼저 원전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탈(脫)원전 정책의 시작을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에 맞춘 것은 잘못이며 원전을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늘릴 게 아니라 확보한 대체에너지에 맞춰 원전을 줄여 나가는 순서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중단에 따른 손실도 최근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 11조 원의 절반 규모로 추산했다.
이 박사는 ‘원전 수출의 종말’도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유일의 원자력 중간기술 진입 성공 국가이자 상업로, 연구로, 소형로 등 3개를 모두 수출한 유일한 국가”라며 “원전이 호황이 되면 (수출 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어 증세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아래 원전을 각각 4기씩 만들었다”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탈원전을) 쉽게 말했지만 정권을 잡고 나선 고뇌한 흔적이 보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5년 후 진보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계속 안 지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시각으로 보면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중단해도 탈원전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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