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 릴레이 인터뷰/문재인정부에 바란다]
비효율적인 중앙집권 방식 한계… 국가경영 틀 바꾸려면 권한 나눠야
호찌민·경주문화엑스포 11월 열려… 새정부 첫 국제문화행사 성원 기대
《 지방자치단체장을 23년째 하면 어딘가 느슨해지고 피로감을 느낄 법도 한데 김관용 경북도지사(75)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열정적인 만큼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6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 옆 도청 신청사에서 동아일보, 채널A 공동인터뷰를 한 김 지사는 관록의 도백(道伯)답게 실질적 지방분권을 거듭 강조했다. 26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에 취임한 그는 “지자체든 정부든 현장과 얼마나 치열하게 대결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는….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으로 삼은 것은 당연하지만 잘한 결정이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므로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내실을 쌓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욕심이 앞서면 부작용이 커진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요 국정과제를 순조롭게 추진하려면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는 리더십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국민의 응원 없이 할 수 있는 게 있겠는가. 국민통합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비효율적인 중앙집권적 방식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가경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실질적 지방분권을 이뤄야 한다. 내년 6월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려 한다면 먼저 지방분권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
―지난 23년간 지방자치는 성장했다고 보나.
“지방자치제가 20년을 넘었다. 좀 부족하더라도 이제 성인 대접을 해주고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확 틀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여전히 지방을 불안해하면서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익숙하다. 조직권과 재정권 등을 넘겨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겁낸다. 지방의 행정역량과 주민의 의식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일은 지방에서 하는데 권한은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구조로는 지방 소멸만 앞당길 뿐이다. 중앙과 지방이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협력체제가 되도록 해야 할 때다.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을 지방정부로 공식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반도 허리경제권’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대구에 있던 경북도청이 지난해 안동으로 이전하면서 구상한 것이다. 세종시는 내려오고 경북도청은 올라가 북위 36도에서 나란히 만나게 됐다. 세종 대전 충남 충북 전북 강원 경북 등 7개 지역이 정책협의회를 구성했다. 여기가 바로 허리 아닌가. 사람도 허리가 튼튼해야 힘을 쓰지 않나. 지자체 간 경쟁과 갈등을 넘어서는 초광역 협치 모델이 될 수 있다. 국가 발전의 틀을 수도권 및 남북축 중심에서 동서축으로 전환하기 위한 뜻도 있다.”
―농촌 활성화에 의욕이 많은데….
“농어촌이 잘살아야 선진국이다. 경북은 ‘귀농 1번지’다. 13년째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귀농하고 있다. 10년 전 경북농민사관학교를 만들어 농업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등 기반을 착실히 다졌다. 이제 농업의 6차 산업화를 통해 청년들이 농촌에서 창업하고 일자리도 만드는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같은 정책도 시작했다. 농촌이 청년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는 모델을 경북이 만들겠다. 농촌 활성화는 도시와의 상생,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호찌민·경주문화엑스포 준비는 잘 돼 가나.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국제문화행사(11월 9일∼12월 3일)인 만큼 국민께서 많이 응원해주면 좋겠다.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갈수록 관계가 소중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이 5만 명이니 ‘사돈의 나라’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경북도가 10년 전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처음 시작한 국가여서 인연이 특별하다. 지자체의 문화행사를 넘어 국격을 높이는 문화박람회다. 수교 25주년을 맞아 문화를 가교로 양국 관계가 튼튼해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행사 기간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려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대권 도전도 해봤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힘과 에너지는 무엇인가.
“일자리 창출부터 북핵 문제까지 쉬운 게 없다. 주변 국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갈등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이럴수록 전통과 역사에서 지혜를 찾아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경북도가 우리의 얼굴, 즉 정체성을 깊이 연구하는 이유다. 역사와 전통에서 ‘올곧음’ ‘신바람’ ‘어울림’ ‘나아감’이란 4가지 정체성을 확인했다. 개인도 공동체도 이런 정신으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면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다.”
―지자체장 6선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소감은….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공자 말씀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후배를 보면서 선배는 두려움을 갖고 노력하면 함께 발전한다는 의미다. 퇴계는 향상지심(向上之心)이 있었다. 늘 나아지려는 의지와 노력이다. 그동안 열심히 닦은 경북 발전의 기반을 유능한 후배가 더 발전시키도록 임기 마지막 날까지 마음을 졸이며 노력하겠다.”
※ 김관용 경북도지사 인터뷰는 28일 오전 8시에 시작하는 채널A ‘김현욱의 굿모닝’에서도 방송됩니다. 다음은 권영진 대구시장입니다.
:: 김관용 경북도지사 ::
경북 구미의 빈농에서 2남 3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세에 구미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다. 영남대 경제학과 야간과정을 다니며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행정고시 10회(1971년)로 공직에 진출해 대통령민정비서실 행정관 등을 지냈다. 3선 구미시장에 이어 3선 경북도지사까지 ‘6선 단체장’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투자 유치에 뛰어나 ‘투자 유치의 달인’으로 불린다. 태권도 3단인 그는 2014년 독도에서 발차기를 하며 민선 6기 경북도지사직을 시작했다. 현재 중부권정책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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