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최저 기온이 25도가 넘는 무더운 밤을 열대야라고 부릅니다. 여름철엔 습도가 높은 우리나라 날씨 특성상 열대야가 되면 잠들기조차 힘든 상황이 됩니다. 엎치락뒤치락, 전전반측(輾轉反側)하며 선잠을 자면 다음 날 꾸벅꾸벅 졸기 십상입니다. 낮에 피곤하다고 해서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또다시 잠들기 힘든 밤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 교수에게 열대야에 쉽게 잠들 수 있는 비결을 물었습니다.
Q. 너무 더워서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열대야에는 대체 왜 잠이 오지 않는 건가요?
A. 잠은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잠에서 깨서 활동할 때는 체온이 오르고 반대로 에너지를 보존하고 쌓기 위해 쉴 때는 체온이 내려가지요. 즉 체온이 조금 낮아져야 잘 잘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을 배출합니다. 땀이 공기 중으로 기화될 때 몸에 있던 열을 갖고 날아가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름에 습도가 높습니다. 기온이 높아져 땀을 냈는데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서 땀이 잘 증발되지 않습니다. 땀이 증발되지 않으니 체온 조절이 안 됩니다. 잠이 들어야 할 밤 시간에 온도와 습도가 높아 체온 조절이 안 되니 잠이 오지 않는 겁니다. Q. 에어컨을 켜면 밤새 푹 잘 수 있을까요?
A. 습도와 관계없이 사람이 쾌적하다고 느끼는 기온은 20도 전후입니다. 열대야에는 최소 5도 낮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에어컨을 이용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지요. 그러나 에어컨이 꼭 정답은 아닙니다. 에어컨 소음에 익숙하지 않다면 피부는 편안하게 느끼겠지만 소음에 예민한 귀가 불편해 잠을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에어컨 켤 생각에 전기요금을 걱정하거나, 타이머를 맞춰 놨는데 혹시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잠을 방해합니다. ‘숙면’은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만 취할 수 있습니다. Q. 취하면 졸린데 술 마시고 자도 될까요?
A. 알코올을 섭취하면 체온이 올라갑니다. 취기에 잠시 졸릴지라도 체온이 오르면 다시 깨어나게 됩니다. 같은 이유로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찬물로 샤워하는 행동도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서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패시브 보디 히팅’ 원리를 이용하면 잠이 드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패시브 보디 히팅은 체온이 높아졌다가 낮아질 때 몸이 나른해지면서 잠이 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격렬하게 운동한 뒤 땀이 식으면서 꾸벅꾸벅 졸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자기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반신욕을 해서 체온을 올린 뒤 잠자리에 들면 체온이 서서히 낮아지며 쉽게 잠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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