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장병 95%가 입대전 시작… 절반은 군복무중 금연 시도 경험
훈련소기간 강제금연 효과 커… 자대배치후 연계시스템 추진
지난해 10월 군에 입대한 대학생 이모 씨(21). 하루 담배 한 갑을 피웠던 그는 경남 진주 공군훈련소에 입소한 뒤 규칙에 따라 강제 금연을 해야 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견딜 만했다. 1개월 뒤 자대(국방부 근무지원단)에 배치된 뒤 부대 내 금연클리닉에 등록했다.
군대에서 담배를 끊으려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군대에서 담배를 처음 배우는 이가 많았다. 고된 훈련이나 작업 중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했기에 억지로 담배를 배운 사례까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흘러간 이야기다. 8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관리협회의 ‘군 장병 흡연실태’ 연구에 따르면 흡연 군 장병 1315명 중 입대 전 흡연을 시작한 사람이 95.4%(1251명)에 달했다. ‘군대에서 담배를 배운다’는 통설과 달리 담배를 피웠던 사람이 입대 후에도 계속 흡연한 셈이다.
그런데 흡연 군 장병의 절반 이상(51.8%)이 ‘군 복무 중 금연’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향후 군대에서 금연할 계획이 ‘있다’는 군 장병 역시 10명 중 7명(71.8%)이나 됐다. 대학 게시판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금연방법’을 묻는 질문에 “입대하면 된다”는 댓글이 자주 달린다.
사회적으로도 군대를 담배를 끊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건강증진기금으로 군인 금연정책을 지원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복지부는 올해 49억 원을 들여 6개 부대를 대상으로 금연상담 및 교육, 금연치료제 제공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장 금연에 실패하더라도 담배를 끊으려는 경험이 많을수록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금단 증상을 경험하면서 담배의 중독성을 알게 되면 대처요령도 생기기 마련이다. 입대 후 금연한 김모 상병(21)은 “군대는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조직 특유의 통제력이 있어서 의외로 금연이 쉬웠다”고 말했다.
박모 일병(21)은 “담배 구매비 부담도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공짜 군 면세 담배’가 사라져 금연을 결심하기 쉽다는 얘기다. 2008년까지는 장병 1인당 한 달에 15갑씩 면세담배를 지급했다. 하지만 2009년 면세담배 지급이 폐지된 데 이어 2015년 담배 1갑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하루 한 갑씩 흡연하는 장병은 월급(17만6400원·일병 기준)의 76%가 담뱃값으로 나가게 된다.
복지부는 국방부와 함께 ‘훈련소(강제 금연 경험)→자대 배치(금연 클리닉 등록)→조직생활 속 금연 성공’으로 이어지는 군 금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성규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26세 이전에 흡연하면 90% 이상이 평생 담배를 피우는 고정 흡연자가 된다”며 “군 장병이 금연에 성공하지 못한 채 제대하면 그대로 성인 남성 흡연율(39.3%) 증가와 직결되는 만큼 군 장병 금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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