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사업 경제성 검증 기준 완화, 적용대상 500억→1000억이상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2일 03시 00분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 정치권 선심 지역공약 부추길 우려
지역사업 상당수 재추진 가능성

정부가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한 예비타당성 조사의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 원으로 올린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신청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41건 가운데 5건(12.2%)이 심사를 받지 않고 예산만 확보되면 즉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선심성 사업이 남발할 가능성이 크고 국가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이런 내용의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 개편 내용을 발표했다. 현재는 전체 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SOC 사업(국비 300억 원 이상)은 착수 전 미리 경제성을 검증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만 한다. 앞으로는 이 기준이 1000억 원 이상(국비 500억 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그만큼 경제성 조사를 면제받는 SOC 사업 수가 늘어나는 셈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SOC 사업은 총 41건이다. 이 중 500억∼1000억 원 규모 사업은 5건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파주 연장’이나 ‘서해연도교 건설 사업’, ‘백령도 용기포항 접안시설 축조’ 등 지역 민원사업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좌초된 지역 사업들도 상당수 재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도 호남고속도로 지선(유성∼회덕) 확장 사업(사업비 788억 원), 대구(다사)∼경북 고령(다산) 광역도로사업(사업비 780억 원) 등이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액 기준이 바뀐 것은 1999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기재부 측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999년 577조 원에서 지난해 1637조 원까지 늘어났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은 20년째 동일해 현실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은 그 주요 내용이 7월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포함되면서 추진 속도가 빨라졌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원칙적으로 1000억 원 미만의 SOC 사업은 예산만 받으면 추진이 가능해졌다”며 “다만 예산 심의과정이 있어 아무 사업이나 추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치권의 선심성 지역공약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올리면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하반기(7∼12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미 여야 의원 3명이 개정안을 낸 만큼 국회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김준일 기자
#soc사업#세금#예비타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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