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 중 유통업체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판촉직원의 인건비 일부를 대형유통업체가 의무부담 하도록 한 부분이다. 한마디로 ‘지나친 규제’라는 것이다. 특히 이 정책이 판촉직원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에 인건비 절반을 부담하라고 하면 더 이상 판촉직원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애꿎은 판촉직원들만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했다. 공정위의 제재가 원래 의도와는 달리 ‘일자리 축소’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B식품업체 관계자도 “인건비를 유통업체가 함께 부담하면 부담이 커진 유통사는 판촉직원을 빼고 그 부분을 판촉 장려금 형태로 채워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재 대형유통업체에서 일하는 판촉직원들은 모두 납품업체 소속이고 대부분 정규직이다. 유통업체가 장소를 제공하면 납품업체가 시식 등 판촉행사를 진행하는 식이다.
공정위의 이번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당장 대형유통업체들의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C제과업체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 총 357명의 판촉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334명의 정규직 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을 적용하면 이들의 한 달 인건비는 약 4억 원. 대형마트와 이 업체가 얻는 수익을 명확하게 나눌 수 없어 50 대 50으로 인건비를 부담한다면 대형마트 3사는 C제과업체 판촉사원 인건비로만 매달 2억 원을 내야 한다. 이마트의 경우 점포당 평균 70명 정도의 판촉직원이 일하고 있다. 전국 점포가 150곳인 것을 감안하면 1000명 정도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매달 6억∼7억 원씩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납품업체 규모를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유통업체 부담만 늘리기로 한 데 대한 반발도 있다. D대형마트 관계자는 “규모가 큰 납품업체는 일상적인 판촉활동 외에 신제품 등이 나오면 정기적으로 이벤트를 요구해 온다. 또 한 곳에 대해서만 행사를 하면 곧바로 불만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생필품 또는 식품 대기업들이 오히려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도한 개입’을 하기보다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마트가 장소를 무료로 내주는 대신 판촉행사를 통해 얻은 수익 일부분을 가져가는 건 자유로운 계약이다.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유통업체의 강압 또는 요청에 따라 파견된 직원이 있다면 부담을 나누는 게 맞다”며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관리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최영홍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촉직원의 인건비 공동 부담에 법적 문제는 없다. 그러나 공정성만 너무 강조하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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