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 릴레이 인터뷰/문재인정부에 바란다]독일 통일의 초석 놓은 베를린처럼 서울-평양 협력… 한반도 평화 기대
휴가 못간 시민들에 쉼터 주고싶어… 센강변 모델로 잠수교 백사장 추진
걷는도시가 좋은도시… 보도 늘릴것
《 “저, 유도신문에 안 넘어갑니다. 허허.”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웃음으로 답했다. 그는 이미 여러 인터뷰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매번 답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1일 서울도서관 옥상정원에서 열린 동아일보, 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박 시장에게 ‘3선 도전’ 여부를 또 물었다. 박 시장의 미소는 ‘또 그 질문이냐’는 뜻이었다. 》
차기 서울시장이 누가 될지는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경쟁도 치열한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선택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이날 박 시장은 평소보다 진전된 답변을 내놓았다. 처음으로 구체적인 결단 시기를 밝힌 것이다.
“연임을 해서 좀 더 서울을 세계 최고의 도시로 만들 것인가, 다른 정치적 선택을 모색할 것인가. 최종적으로는 제 결정이지만 시민들의 다양한 소리를 경청 중이다. 너무 늦지 않게 제 생각이 정리되면 밝히겠다. 그동안 연말 정도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는데, 추석 전후로는 말씀드리겠다.”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가 심각하다.
“북한과 미국이 너무 심각한 말을 하고 있다. 불바다 이야기까지 나온다. 서울시민을 위해서도 이는 중요한 문제다. 위기가 자꾸 에스컬레이트(상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차분히 서로 생각해 봐야 한다.”
―해결 방법이 있는가. ‘기회가 되면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말도 했는데….
“냉전적 상황이 유지되고 있어 새 정부가 풀기 쉽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한반도 상황을 바꿔내는 창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을 포용하고 우리의 체제와 더불어 평등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의 역할이 그런 점에서 크다. 독일도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통일의 기본 초석이 됐다. 이미 서울시는 평양과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과 로드맵을 마련했다. 서울시와 평양시의 협력으로 한반도의 평화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이나 청년 정책은 서울시가 원조 아닌가.
“(현 정부의 청년 정책은) 완전 박원순표다. 서울시 청년들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해서 2년 동안 준비하고, 그들이 논쟁해서 ‘청년 보장 정책’이라고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청년수당이다. 자신의 실력도 늘리고 학원도 다니고 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하느라 청년들이 시간을 다 보낸다. 그런 비용을 우리가 대주면서 역량을 높여주자는 취지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청와대가 반대해 잘 안 됐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전면적인 시행이 가능해졌다.”
―더위 탓인지 ‘서울로 7017’(옛 서울역 고가도로)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개장 후 300만 명이 다녀갔다. 자동차가 다니던 길을 걸어서 다닐 수도 있고, 발전에 뒤처졌던 중림동 동네가 전부 되살아났다. 가을이 되면 더 좋아질 것이다. 좋은 도시는 걷는 도시다. 건강에 좋고, 차를 덜 타서 대기질도 좋아진다. 서울로 7017은 시작이다. 종로 세운상가, 세종대로 광화문 전체를 남산에서부터 20분 안에 걸을 수 있도록 지상으로, 지하로 연결할 생각이다.”
―잠수교 모래사장 계획은 결국 취소됐다. 전시행정 아닌가.
“우리가 모델로 한 건 파리의 센강변이다. 휴가는 못 가고 해수욕은 즐기고 싶어 하는 시민들을 위해 만들려 했다. 멀리 못 가는 분들도 있지 않은가. 여름에 가장 시원한 곳이 한강 다리 밑이다. 올해도 ‘한강몽땅 프로젝트’라고 다양한 영화제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호응이 크다. 서울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운행 제한 등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많이 온다.
“중국 동해안 산업화로 사막화 현상이 심해지고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많이 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절반 정도고, 나머지 25%는 경기도나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날아온다. 또 25%는 여전히 서울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노후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단속하자는 것이고, 버스도 천연가스로 바꾸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 대중교통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경우 발생하는 하루 손실 36억 원을 서울시가 메우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준 이상으로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실행할 것이다.”
―백두대간에서 쉬는 사진을 ‘인생의 사진’으로 꼽았던데….
“2011년 백두대간을 걸으며 어릴 때 다른 사람한테 잘못한 것, 지금까지 한 여러 일을 성찰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계속 곱씹어 보며 심경의 변화가 왔다. 사실 그 전에도 (정치적) 제안이 있었지만 절대 안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걷다가 잠시 쉬면서 ‘정치를 해야겠다, 이 엉터리 정치를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순간이다.”
2011년 백두대간을 내려온 박원순 시민운동가는 서울시장으로, 그리고 대선 후보군으로 발돋움했다. ‘백두대간을 다시 걸으면 (서울시장 당선처럼) 또 좋은 일이 오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시장은 “백두대간을 걷지 않더라도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계속 갖고 있다”고 답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경기고,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했고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6년 역사문제연구소를 설립했고 1991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정경대 디플로마 과정을 수학하며 시민사회 분야 정책 연구에 집중했다. 1994년 한국으로 돌아와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았고 2001∼2010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했다. 2011년 보궐선거에서 제35대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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