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58·사법연수원 15기) 지명은 대대적인 사법권력 교체의 신호탄이다.
역대 대법원장 13명 중 김 후보자처럼 대법관 출신이 아닌 경우는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3, 4대 조진만 대법원장 두 명뿐이다. 49년 만의 파격 인사다. 또 현직 대법관들과 사법연수원 기수로 비교했을 때 3기수 선배가 3명이고 4기수, 2기수, 1기수 선배가 각 2명씩이다. 경력과 서열을 중시하는 법원의 관행을 완전히 깬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이 새 정부다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5월까지 이어질 대법관 10명과 헌법재판관 7명의 인사에서도 김 후보자 지명처럼 관행을 깬 파격과 발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파격 인사 예상 못 한 대법원
대법원 측은 문 대통령의 김 후보자 지명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21일 김 후보자 지명 직후 “어제까지 대법원의 누구도 이런 전격적인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는 김 후보자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될 경우 사법 정책과 행정, 법관 인사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제청권과 3000여 명의 법관, 1만여 명의 법원 직원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올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외압 문제가 불거진 뒤 열린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에서 김 후보자는 “법관 독립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선 법관 개인의 의지를 고양하고, 법관이 내외적으로 간섭을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 경향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많은 법조인들의 전망이다. 민감하고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원장은 재판장을 맡는다.
○ “문 대통령, 사법 권력 싹 교체할 것”
13명의 대법관 중 문 대통령은 이미 조재연 대법관(61·12기)과 박정화 대법관(52·20기)을 임명했다. 두 대법관과 지난해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재형 대법관(52·18기)을 제외하면 문 대통령은 앞으로 10명의 대법관을 새로 임명하게 된다. 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신임 대법관 후보 전원을 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게 되므로 앞으로 임명될 10명의 대법관 모두가 김 후보자와 비슷한 성향의 법조인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전체 9명인 헌법재판관의 경우 문 대통령의 임기 중 이미 문 대통령이 후보자로 지명한 이유정 변호사(49·23기)를 포함한 8명이 새로 임명된다. 이 가운데 야당 추천 몫인 1명을 제외하고 문 대통령과 여당, 대법원장이 추천하게 돼 있는 7명의 헌법재판관 인사에 문 대통령의 의지가 직간접적으로 반영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법 권력을 싹 교체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 이런 인사가 현실화될 경우 사법 권력의 쏠림 현상으로 심각한 사회, 정치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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