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갖고도… 비예보 절반 넘게 오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기상청 헛발질

2010년 6월, 한국 기상을 예측하라고 쏘아올린 첫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위성 1호’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7년간 천 리는커녕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했다. 지구 전체 기상을 탐지하는 ‘전 지구 예보 모델’을 개발하면서 정작 한반도 기상상황을 예측하는 ‘국지 예보 모델’은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 최근 5년간 기상청의 강수유무 적중률은 46%. 이처럼 기상청이 날씨의 절반도 못 맞혀 ‘오보청’으로 불린 것은 기상예보 시스템이 엉터리였기 때문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22일 기상청 등 8개 기관의 기상예보 및 지진통보 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위성 관측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예보 정확성이 떨어졌고, 지진경보에 대한 실효성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지난해 8월 폭염 종료 시점을 4차례나 늦춰 발표하고, 9월 경북 경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늑장 조기경보 문자메시지 전송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4호기 도입 비용에만 569억 원, 수치예보 모델 개선에만 최근 5년간 1192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천리안 1호 위성 수명이 올해 6월로 끝날 때까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예보 모델 기술은 개발하지 못했다. 위성 발사는 처음이다 보니 당시에는 국지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게 기상청의 해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감사에서 “전 지구 모델이 가장 기초적이고 개발이 쉬워서 먼저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에야 동아시아 지역까지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천리안 1호 수명이 곧 끝나는 데다 새로운 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어서 미뤘다”는 취지로도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내년 5월 발사 예정인 천리안위성 2호에 탑재될 기상관측 장비의 경우에도 관측 자료를 수치 예보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 계획이 아직 세워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20개 해외 위성 관측 자료를 파일로 전송받아 수치 분석을 할 때도 속도가 느린 일반 회선을 이용한 탓에 수신 지연으로 수치 예보에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실제로 영국 기상청에서 제공한 280개 관측 자료파일 중 18개 파일이 자료 입력 뒤 최대 41분 지난 후에야 수신된 경우도 있었다.

지진 조기경보와 관련해서는 “정보의 안정성을 확보해 오보를 줄이겠다”는 이유로 발령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해 신속한 주민 대피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상청의 조기경보 조건은 ‘최소 15개 관측소에서 20번 이상 P파 탐지, 20초 이상 지속될 때’인데 지난해 세 차례 지진 조기경보에 평균 26.7초가 걸렸다. 규모 5.1 지진이 발생했던 경주도 27초 뒤에 통보가 이뤄졌다. 일본 등 해외에서 ‘2∼6개 관측소 탐지’를 조건으로 설정하고 평균 7초 내외로 주민들에게 통지가 가는 것에 비하면 매우 늦은 편이다. 감사원은 “기상청이 지진 다발 지역 및 주요 시설물 설치 지역에 관측소 간격을 이전보다 줄여 설치한 탓에 국토의 약 20%에서 관측 공백이 발생했다”며 국가 지진 관측망 구축계획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기상청에 통보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날씨#오보#기상청#인공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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