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선 안 된다”며 새로운 공직자상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은 새로운 공직자상을 요구하게 됐다.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31일까지 22개 부처를 2, 3개씩 묶어 9차례에 걸쳐 업무보고를 받는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서 첫 보고를 받은 데에는 공영방송 개혁과 4차 산업혁명 기반 구축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고에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관계부처 공무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방송의 언론자유지수가 민주정부 때보다 크게 떨어졌다”며 “특히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공성이 무너져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인터넷상 언론의 자유도 많이 위축됐다”고 비판했다.
과기정통부에 대해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국가경쟁력이 많이 낮아졌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는데 성과가 잘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0년간의 과기정보통신 및 방송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무보고 형식은 파격을 택했다. 각 부처가 주요 현안을 수직적으로 보고하는 대신 토론식으로 진행했다. 유 장관과 이 위원장이 10분씩만 핵심 정책 보고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토론에 할애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보고받는 관행을 깨고 직접 부처를 방문한 것도 파격이었다. 행사 공식 명칭도 업무보고가 아닌 ‘핵심정책토의’였다.
문 대통령은 행사 시작에 앞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사안은 전문적이어서 대통령도 업무보고를 통해 배우고자 한다”며 “업무 전반을 나열해 보고하지 말고 핵심 정책에 집중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토의하자”고 말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보고는 토론이 길어지면서 예정보다 50분 지난 오후 4시 10분에 끝났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방송사의 부당 징계 등을 막기 위해 방송사 재허가 시 보도·제작의 중립성과 자율성, 인력 운용 상황을 중점 심사하겠다고 보고했다. 올해 11월 지상파 재허가 때 이런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방송시장 불공정행위에 대한 익명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연내에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설치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가져오고 기초·원천 R&D를 강화해 R&D 컨트롤타워를 복원하겠다고 보고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통신비 인하 이슈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통신비가 높은 편이어서 식품비와 주거비 다음으로 가계에 지출 부담을 주고 있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이날 정부과천청사 직원 100여 명은 청사 로비에 몰려 나와 대통령이 입장, 퇴장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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