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기종 도입 논란 국내보유 2대… 1대는 물대포-탱크 예산 반납
탱크있는 1대는 장착시간 오래걸려… ‘다목적’ 도입한뒤 응급수송 역할만
소방당국이 보유한 대형 소방헬기가 산불 현장에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헬기는 물을 실어 나를 전용 물탱크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중앙119구조본부는 대형 소방헬기인 솔개 1, 2호를 운용 중이다. 화재 진압과 환자 이송 등이 가능한 다목적 헬기다. 솔개 1호는 2008년, 2호는 2016년 각각 도입됐다. 솔개 2호는 2010년 부산 해운대 38층 오피스텔 화재를 계기로 초고층건물 화재에 대비해 들여왔다. 현재 소방청이 수의계약으로 추가 도입을 추진 중인 기종과 같은 헬기다.
2015년 소방청(당시 국민안전처 소속)은 솔개 2호의 본체 계약을 진행하며 물탱크와 물대포 구입을 별도로 추진했다. 두 장비는 초고층건물 화재 진압에 필수다. 그러나 요구조건(10분 이내 장착)을 충족하는 물대포가 시중에 없었다. 소방청은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진행하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물대포 도입은 보류됐다.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소방청은 물대포뿐 아니라 물탱크 예산까지 잘못 반납했다. 물탱크 도입은 내부 평가와 감사원 감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당시 소방청이 기획재정부에 돌려준 예산은 약 36억 원. 국민 안전을 위해 어렵게 확보한 예산을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써보지도 못한 것이다. 솔개 2호는 지금까지 물탱크가 없다.
솔개 1호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솔개 1호는 평소 응급환자 이송에 주로 투입된다. 그래서 늘 응급의료장비가 결합된 상태다. 이를 떼 내고 물탱크를 장착하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2015년 감사원 감사 당시 소방청은 물탱크 교체 시간을 1, 2일 정도로 봤다. 현재 소방청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 진화에 효과가 큰 대형 소방헬기 2대가 모두 제 역할을 못 해 5월 강원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도 투입되지 않았다. 소방청은 “당시 백령도와 울릉도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이송 때문에 투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확인 결과 응급환자 이송에 앞서 산림청이 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한 민간 항공 전문가는 “응급환자 이송은 중형 헬기로도 충분하다”며 “산불 현장에 대형 헬기를 투입하지 않은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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