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발 저리고, 시리고, 아프고…노년의 복병 ‘척추관협착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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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포커스]척추관협착증

정택근 원장이 자신이 개발한 단일통로 협착증 내시경 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원장은 임상시술 결과를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열린 제5회 ‘세계최소침습척추수술학회’에서 사례발표를 통해 보고한 바 있다. 다나은신경외과 제공
정택근 원장이 자신이 개발한 단일통로 협착증 내시경 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원장은 임상시술 결과를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열린 제5회 ‘세계최소침습척추수술학회’에서 사례발표를 통해 보고한 바 있다. 다나은신경외과 제공
《누구나 장밋빛 노후를 꿈꾼다. 하지만 노년이 되면 복병을 만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이유도 모르게 이곳저곳 쑤시고 아픈 ‘노인성 질환’이다. 척추관협착증은 5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척추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140만 명에 달했다.》

두꺼워진 황색인대가 원인

‘아프다’, ‘저리다’, ‘시리다’고 말하는 척추관협착증 통증은 신경 주머니나 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한다.

척추관협착증 초기에는 주로 허리와 엉덩이에 통증이 나타난다. 허리 통증이 빈번하게 나타나며 엉덩이나 항문 쪽에 쥐어짜는 것 같은 아픔과 다리의 감각장애, 근력저하가 동반된다. 통증은 몸이 차거나 움직이면 악화됐다가 안정을 취하면 호전되기도 한다. 목과 어깨, 양팔의 신경근을 따라서 나타나는 통증도 척추관협착증 증세다.

증상의 완화와 악화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진행되다가 점차 심해지면 양쪽 다리까지 통증과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 허리를 구부리면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통증이 호전되기 때문에 멈추고 쪼그리고 앉아서 쉬었다 걷게 된다. 협착의 정도가 심할수록 보행거리가 짧아진다. 종아리, 발목, 무릎, 허벅지, 엉덩이 등의 감각소실과 저린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결국 일상적인 활동까지 힘들어진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의 인대가 두껍게 자라거나 탄력을 잃은 디스크의 간격이 좁아지는 것이 원인이다. 불안정한 척추뼈 때문에 신경통로가 좁아져서도 발생한다.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 있는 탄력적인 추간 조직을 추간판(디스크)이라고 한다. 추간판 내부는 부드러운 수핵으로 돼있고 겉은 단단한 섬유륜으로 싸여 있다. 보통 30세 이후부터 수핵과 섬유륜에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척추관을 구성하는 후관절 돌기, 추궁, 황색인대에 변성이 생기고 척추에 부착된 추간판 일부가 떨어져 골극(가시 모양으로 뼈가 튀어나온 것)이 형성되기도 한다. 특히 두꺼워진 황색인대는 척추관 사방을 좁아지게 만들고 척수와 신경근을 눌러 혈류 장애를 일으킨다.



증상에 따라 보존적 치료로 시작

척추관협착증은 고령의 환자가 많아 수술 부작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허리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으면서도 선뜻 병원 가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

치료는 협착이 있다 하더라도 증상이 아주 심하지 않다면 우선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MRI(자기공명영상) 기기로 영상 촬영해 추간판의 변성과 척추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 증상에 따라 12주 정도는 먼저 보존적인 치료를 시행하는데 안정과 운동제한,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 등을 투여한다. 그 외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시술과 열 치료, 초단파 치료, 마사지 등의 물리치료법이 있다.

보존적 치료에 호전이 없거나 근력 저하, 척수 손상의 증상이 있으면 감압적 수술을 시행한다. 즉, 수술로 두꺼워진 황색인대, 후관절 돌기 내측, 추간판 등을 절제해 눌린 신경근을 풀어주는 것이다. 절제술 후 척추 불안정이 염려될 때는 추체간 또는 후측방 골 유합술을 시행해야 하고 여러 가지 금속 고정 장치를 이용해 척추의 안정도를 높이고 변형을 교정한다.

내시경 기구 안 4개의 작은 통로들로 내시경 렌즈와 생리식염수 시술도구들이 들어간다.
내시경 기구 안 4개의 작은 통로들로 내시경 렌즈와 생리식염수 시술도구들이 들어간다.


단일통로 협착증 내시경 시술

척추관협착증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피한데 절개수술은 피부를 개복하고 시행하는 만큼 피부 손상과 근막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 수술로 다리 통증과 저림은 완화할 수 있지만 절개로 인한 또 다른 통증이 유발될 수도 있다. 전신마취에 의한 절개수술은 자기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받기 때문에 고령의 환자는 예후를 걱정하게 된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악성빈혈, 위궤양 등 지병이 있는 환자들에게 부담이 크다.

정택근 다나은신경외과 원장은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단일 통로로 내시경과 시술도구들을 넣어 치료하는 ‘단일통로 협착증 내시경 시술’ 방법을 개발했다.

그동안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치료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돼 왔다. 하지만 하나의 구멍을 이용해 병변을 치료하는 방식은 단일통로 협착증 내시경 시술이 처음이다. 정 원장은 “그동안 내시경 시술은 환부까지 두 개 이상의 통로가 뚫어 내시경과 시술기구를 삽입해서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내시경치료가 갖는 고도의 기술과 정밀한 치료효과를 위해선 굳이 여러 개의 통로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정 원장의 내시경 시술 방식은 간단하다. 우선 얇은 수술용 칼로 피부를 살짝 뚫고 피부 구멍을 0.5cm가량 넓힌다. 넓어진 구멍 안으로 내시경 기구를 넣어 근육과 힘줄 손상 없이 환부까지 들어가 치료한다.

내시경 기구 안에는 총 4개의 더 작은 통로들이 있다. 이 통로들로 내시경 렌즈와 생리식염수, 황색인대 제거를 위한 기구들이 들어간다.

두꺼워진 황색인대는 완벽하게 제거해야 한다. 일부만 제거하면 반대쪽 신경과 혈관이 상대적으로 더 압박을 받기 때문. 내시경 렌즈는 30도 사선으로 돼 있어 한 면으로만 들어가더라도 병변의 좌우 모두를 볼 수 있다.

단일통로 협착증 내시경 시술은 눌린 신경을 풀어주고 신경 주변의 혈관 순환을 도와 통증을 완화하는 것 외에도 피부, 피하조직, 근막, 근육, 힘줄, 인대 등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근육은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내시경이 들어가면 벌여졌다가 도구를 빼내면 원상복귀가 된다. 따라서 개복으로 인한 근육 손상이 없다. 피부 절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 고령의 환자들도 시술이 가능하다.

단일통로 협착증 내시경 시술은 건강보험공단의 의료급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양쪽 황색인대를 모두 제거하는 데 한 시간 정도 소요되며 1박 2일 입원치료로 경과를 본다. 시술 후 2, 3시간 정도면 보조기를 착용하고 천천히 걸을 수 있으며 4주 정도는 허리를 많이 숙이거나 힘을 많이 주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정 원장은 “실제로 92세 노인도 시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지만 신경이 눌리고 척추가 휜 불안정증 환자는 내시경 수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척추불안정증이 없고 증상 기간이 짧은 환자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벼운 걷기 등 평소 생활습관 중요해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이다.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이 척추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등 척추에 무리가 가는 행동은 삼가 해야 하며 앉거나 설 때 올바른 척추의 자세를 유지 한다. 과도한 비만과 운동 부족은 척추에 무리를 가게 한다. 평소 가벼운 걷기운동으로 허리와 척추 근력을 강화하는 하는 것이 좋다. 정 원장은 “척추관협착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쪼그려 앉는 자세를 피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는 것이 좋다”며 “맨 바닥에 양반다리를 한 상태로 앉는 자세는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신경 변성이 일어나 치료를 해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통증이 있으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정 원장은 “저리고 발이 시리거나 종아리가 땅기는 등 이상증세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대수롭게 여기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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