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용역업체와 계약 해지
최소 190억원 위약금 문제 걸려
제2터미널 개장 지연 우려에도
정부는 “소송 최소화하라” 말뿐
뒤늦게 “조만간 구체 지침 보낼것”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첫 대상으로 지목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전환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 외주(아웃소싱)업체와 맺은 용역계약을 깰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위약금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은 이를 해결해 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상황 정리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공기업 대부분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중이어서 자칫 새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 ‘위약금’에 발목 잡힌 인천공항 정규직화
31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은 용역회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문제가 걸림돌이 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인천공항은 용역관리를 맡은 자회사를 세운 뒤, 아웃소싱 업체의 비정규직 직원을 내년 1월부터 이 회사 소속으로 직접 고용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초 임시법인인 인천공공운영관리㈜를 세우고 31일에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위약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기준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은 60개 외주사 소속 총 9919명. 이 업체들은 공항 측이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계약금의 약 5%에 해당하는 이윤(올해 기준 193억 원) 외에도 위로금 명목의 위약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업체는 지난달 30일 ‘외주업체 비상대책협의회’를 구성했고 계약해지 관련 가처분 및 손해배상 소송에도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공항 관계자는 “이런 전반적 상황이 ‘내년 1월 제2여객터미널 개장 일정’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 “관할 부처가 책임지고 교통정리 나서야”
이와 관련해 고용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공공부문 파견·용역 비정규직의 경우 파견·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인천공항이 이런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비정규직 전원을 연내 정규직화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지킬 수 없게 된다. 일부 외주업체의 계약만료 시점은 2020년 말까지로 무려 3년 이상 남아 있다.
기재부나 인천공항 관할 부처인 국토부는 ‘전환 과정에서의 집단소송 등을 최소화하라’는 원론적인 지침만 내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은 기관별로 노사가 자율적인 합의를 통해 마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공공기관들은 대통령 ‘지시 1호’ 대상인 인천공항의 선례를 기다리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기존 용역업체 등 민간부문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것은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기관의 손해에 대해선 관할 부처가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확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측은 “인천공항 등 일부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목표를 세우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조만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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