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현재 35%인 법인세율을 20%로 낮춘 파격적 세제 개편안을 27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46%에서 34%로 내린 후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세안이다. 소득세 최고세율도 39.6%에서 35%로 낮췄고, 자영업자에게는 25%를 적용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번 개편안이 더 강한 성장과 세수 증대를 일으켜 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를 상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 22.5%보다 높았던 미국 법인세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은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혁이라는 평가가 미국 재계에서 나온다. 특히 해외로 떠났던 기업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세수 증대 효과도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영국과 일본이 각각 19%, 23.4%로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등 글로벌 감세 추세가 계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18개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췄다.
반면 한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올려놓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세제 개혁안이 각각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의 법인세율이 한국보다 낮아지는 사상 최초의 세율 역전이 일어나게 된다. ‘북핵 리스크’와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면 자칫 해외자본의 한국 이탈이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
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기업이 이익을 쌓아두고 투자도 하지 않으니 이를 국가가 회수해 소득주도 성장의 재원으로 써야 한다는 논리다. ‘부자 증세’라는 명분과 ‘세수 확보’라는 실리를 잡겠다는 이유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법인세는 부자인 기업인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주주와 직원, 소비자가 함께 부담하는 세금이다. 부자 증세와는 관계없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5년 “세수를 극대화하는 법인세율은 23%(지방세 포함)”라고 분석했다. 이보다 높으면 장기적으로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명분도 실리도 없이 기업 활동과 투자만 위축시키는 법인세 인상이라면 국회가 제대로 따지고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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