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 年5만t씩 내년부터 해외원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일 03시 00분


식량원조협약 가입 연내 마무리… 원조받던 나라서 원조하는 나라로
폭락한 쌀값 안정에도 도움될듯

6·25전쟁 직후 해외에서 식량 원조를 받았던 한국이 내년부터는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바뀌게 됐다. 해마다 쌀 5만 t을 원조하는 식량원조협약(FAC·Food Assistance Convention) 가입이 올해 안에 마무리될 계획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쌀값 문제의 모순도 적폐라면 적폐”라고 지적한 상황에서 21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쌀값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FAC 가입을 추진해온 정부는 지난달 말 대통령 재가를 마쳤다. 올해 안에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쳐 FAC 사무국에 가입 신청 등을 마치면 내년부터 발효된다.

FAC는 1967년 세계 식량안보 증진과 인도적 목적의 식량지원을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14개국이 가입돼 있다. 나라별로 현금이나 현물을 선택하고 매년 최소 지원 규모를 약속해 지원한다. EU와 일본, 캐나다 등은 약속한 물량을 초과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해외 쌀 원조는 2010년 FAC 가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지 7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쌀 시장이 개방되지 않아 제약조건이 많다는 결론을 내리고 가입을 미뤘다. 2015년 쌀 관세화가 이뤄지자 미국 농무부와 국무부는 다시 협약 가입을 권유했다. 한국 해외원조의 80% 이상이 인프라 개발에 집중돼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국내에서도 남아도는 쌀을 해외에 원조해 수급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여론도 대두됐다.

올 5월 사상 처음으로 해외 원조 쌀 750t이 전남 광양항을 출발해 캄보디아와 미얀마에 도착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국이 비상시에 대비하는 ‘아세안+3 비상 쌀 비축제(APTERR)’의 일환으로 보관되다가 재해구호용이나 빈곤퇴치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 나라곳간에 쌀 206만t… 보관비만 年6000억 ▼

정부와 농업계는 FAC 가입이 쌀값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5일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니 기준 12만9348원까지 떨어져 21년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을 보였다. 20년간 전체 소비자물가가 70% 이상 오른 것을 감안하면 쌀값은 크게 내린 셈이다. 쌀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 컸다.

나라 곳간에 쌓여 있는 쌀도 206만 t에 이른다. 정부가 매입한 쌀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의무 수입하는 밥쌀용 쌀 등이 그대로 쌓여 있다. 보관비용으로만 1년에 60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올해 쌀 생산량은 재배면적 감소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수요량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수확한 햅쌀 72만 t을 매입하기로 했다. 공공 비축미 35만 t과 시장 격리물량 37만 t이다. 지난해 쌀 초과 생산량이 약 30만 t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초과 생산량보다 많은 양을 매입하는 셈이다.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돈을 주는 ‘논 타 작물 재배지원 사업’도 적극 추진된다. 농식품부는 2019년까지 벼 재배면적을 10만 ha, 쌀 생산량은 약 50만 t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 정부예산안에는 사업 예산으로 1368억 원이 반영됐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쌀#해외원조#정부#농업계#f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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