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보급됐던 ‘보금자리주택’ 이후 자취를 감췄던 ‘전용면적 84m²(공급면적 기준·30평형대) 규모의 중형 공공분양 아파트’가 시장에 다시 선보인다.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용지의 약 40%도 공공 분양이나 임대용 아파트 용지로 바뀐다.
17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나올 ‘주거복지 로드맵’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현재 국토부가 마련한 방안을 바탕으로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주택 정책의 이런 변화는 부동산 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 중형 공공분양 나온다
국토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전용면적 84m² 규모의 공공분양 아파트를 공급할 방침이다. 중형 공공분양 아파트를 다시 선보이는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이후 4년여 만이다. 당시 정부가 LH 공공분양 주택의 크기를 전용면적 60m² 이하로 제한하면서 중형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한 사업승인은 중단됐다.
현 정부는 중형 공공분양 아파트를 ‘3세대 동거형’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기존 공공분양 주택과의 차별화를 위해 조부모-부모-자녀 등 3세대 가족 4명 이상이 함께 살 만한 넓이로 짓도록 한다는 것이다.
평균 분양가는 수도권 기준으로 4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주택의 분양가가 통상 주변 민간분양의 80% 정도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3.3m² 당 평균 분양가(1478만 원)를 고려하면 경기도에서는 3억5000만 원대에 공급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이처럼 주거복지 차원에서 ‘중형 LH아파트 확대’ 카드를 들고나온 데는 5년 새 바뀐 주택시장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형 공공분양이 중단된 2013년은 서울 아파트 값이 한 해 동안 1.3% 떨어지는 등 부진에 빠진 때였다. 이명박 정부 때 연평균 4만 채 이상 사업승인을 받은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이 당시 집값 폭락의 ‘주범’으로 꼽혔다.
반면 지난해에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3.3% 오르는 등 집값이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특히 전용면적 60∼84m² 민간아파트의 분양가가 2014년 말에서 현재까지 16% 이상 뛰면서 분양을 통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길조차 막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신혼부부 등이 구입할 만한 저렴한 가격대의 공공주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 “시장 충격 감안하며 공공분양 확대돼야”
일부 소형 공공분양 주택의 공급 물량도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다. 정부는 신혼부부 등 젊은층을 대상으로 공급되는 소형 공공분양 주택인 신혼희망타운 공급량을 연간 1만 채에서 1만5000채로 늘릴 계획이다. 수요가 많으면 2020년부터는 연간 2만 채를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혼희망타운 입주자는 일반 민간분양 아파트에서와 달리 입주 후에도 일정 기간 분양가를 나눠 낼 수 있다. 잔금 완납 전에 집을 전매할 경우에는 정부가 소유권을 다시 가져가는 등의 보완책이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구체화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과천시 등 수도권 인기 주거지에 지정된 뉴스테이 지구 일부는 공공임대·분양으로 전환된다. 뉴스테이 약 5700채가 들어서기로 했던 과천시 주암지구의 경우 기존 용지의 20%가 공공분양, 20%는 공공임대로 할당된다.
이런 공공분양 확대 기조는 임대주택 운영에 따른 LH의 손실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2012∼2016년 LH의 임대주택부문 운영손실은 4조4000억 원에 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변 시세와 차이가 큰 공공주택을 정부가 대규모로 공급할 경우 민간아파트 시장이 ‘경착륙’할 우려가 있는 만큼 공공분양을 단번에 큰 폭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기재부도 공공기관인 LH가 민간 건설사들의 주요 상품인 중형 주택을 크게 늘리는 데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저소득층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소형 주택도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공공주택 정책의 1차적 목표는 소형임대 공급에 두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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