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찰은 ‘닥치고 만원’ 모금에 의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공무중 피해 소송, 외국선 변호에서 보상까지 지원

공무 수행 중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속앓이를 하는 건 경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경찰 조직에서는 이른바 ‘닥만’이라는 관행이 있다. 닥만은 ‘닥치고 만 원’의 줄임말이다. 합의금 등 목돈이 필요한 경찰이 있으면 동료들이 최소 1만 원씩 모금한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경찰서 강력계 형사 A 씨는 올 5월 한 지하철역에서 몸싸움 끝에 보이스피싱 용의자를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용의자는 얼굴과 팔에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용의자는 범인이 아니었다. A 씨는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현재 동료 사이에서 ‘닥만’ 모금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의 한 지구대 경찰관이 취객을 제압하다 부상을 입혀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내게 되자 동료들이 사흘간 1억4000만 원을 모았다.

‘닥만’ 관행은 조직 차원의 지원을 받기가 까다로운 탓이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의 공무 수행으로 피해를 본 민간인이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 다툼 과정에서 필요한 변호사 선임이나 소송 전후 합의금 지급 등은 경찰 개인의 몫이다.

외국의 경우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가 지원한다. 미국은 법률고문팀을 별도로 설치해 변호 업무부터 피해자 보상까지 전 과정을 돕는다. 독일은 사건 발생 시 국가가 우선 지원하고 추후 법원에서 공무원의 유죄가 최종 인정되면 구상권을 청구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소한 일로 문제가 돼 민원인이 고소를 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선진국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공무 중 발생하는 사고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조금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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