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야권 이사들 퇴장속 ‘고영주 이사장 해임’ 의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이사직 해임도 방통위에 건의키로… 고영주 “강행땐 행정소송 맞설것”
후임 이사장에 친여 이완기 선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고영주 이사장(68·사진)이 이사장직에서 2일 해임됐다. 방문진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제19차 정기이사회를 열고 이사 6명이 참석한 가운데 5명 찬성, 1명 기권으로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을 의결했다.

이날 4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 고 전 이사장은 불참했고 야권 추천 이인철 권혁철 이사는 불신임안을 논의하던 도중 퇴장했다. 고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는 이완기 이사(63)가 호선으로 선출됐다. 이 신임 이사장은 MBC 기술본부장, 미디어오늘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쳐 2015년부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와 방문진 이사를 지내왔다.

이 신임 이사장은 선출 뒤 “(고 전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기 때문에 해임안을 가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불신임안은 지난달 23일 여권 추천 김경환 유기철 이완기 이진순 최강욱 이사가 제출했다. A4 용지 15쪽에 달하는 불신임·해임 건의안에는 사유로 △MBC 경영진의 불법경영 은폐·비호 △MBC 자회사·계열사로부터 골프 접대 등 이사장으로서의 명예와 품위 실추 △이념편향적 발언 등이 담겼다.

방문진은 불신임안 의결에 이어 고 전 이사장의 이사직 해임도 방송통신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해임안을 논의하던 중 야권 추천 김광동 이사는 고 전 이사장에게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고 전 이사장은 “몸이 좋지 않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결국 김 이사도 퇴장하고 여권 이사 5명만 참석한 상태에서 해임안은 가결됐다. 방문진 사무처는 이사회가 종료된 직후 해임 건의 공문을 방통위에 발송했다.

고 전 이사장은 이사장 해임에 대해 본보와의 통화에서 “방문진을 두는 것은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그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진행 절차가 정해진 상황에서 출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방통위에서 이사직도 해임을 한다면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진은 8일 또는 10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도 결의하기로 했다. 7∼11일 야권 이사진이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2017 한국·태국 국제방송 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인데 이 일정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야권 이사진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달 11일 사퇴한 김경민 전 KBS 이사 자리에 조용환 변호사(58)를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조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 멤버로 활동했으며 한국인권재단 사무총장, 방송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지내고 2014년부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현 여권 추천 인사인 조 변호사가 임명되면 11명으로 구성된 KBS 이사회는 옛 여권과 옛 야권 추천 이사 비율이 기존 7 대 4에서 6 대 5가 된다. 옛 여권 추천 이사 중에서 한 명만 더 사퇴하면 KBS 이사회도 방문진 이사회처럼 현 여권 다수 체제로 바뀐다. 현재 KBS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감사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제기한 ‘KBS 이사진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관련 감사에 착수하고 이사진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 kimmin@donga.com·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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