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은 세계골다공증의 날이었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골다공증의 예방과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의료 현장 일선에서 골다공증 치료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국내 골다공증 환자 수는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6년 85만 명을 넘어섰다. 그중 중증 골다공증은 65세 이상, 골밀도검사 T점수 -2.5 이하, 골다공증성 골절이 1개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골절은 한 번 발생하면 다시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86% 증가하는데 2개 이상 골절이 발생 시 ‘진행된 중증 골다공증’으로 정의한다. 암으로 치면 말기 암에 해당하는 중증 단계이다.
중증 골다공증이 치명적인 질환인 이유는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이 생명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가령 대퇴골절 후 25%의 환자가 장기간 요양시설 또는 가정에서 보호가 필요하며 1년 내 사망률이 평균 20%에 이른다. 통계에 따르면 여성 골다공증 환자 3명 중 1명, 남성 5명 중 1명꼴로 골다공증성 골절을 경험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골다공증 치료제는 크게 뼈의 밀도를 높여주는 골 흡수억제제와 새로운 뼈 생성을 촉진하는 골 형성촉진제로 나뉜다. 중증 골다공증의 치료에 있어 기존의 골 흡수억제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고 국내에서는 골 형성촉진제가 도입된 지 10년 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골다공증 치료의 질을 한 차원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급여 기준에 따르면 골 형성촉진제는 이전 골 흡수억제제에 효과가 없거나 사용할 수 없는 진행성 중증 골다공증 환자들에게 적용 가능한데 이러한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골 흡수억제제를 1년 이상 투여한 복약력을 입증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처방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통상 골 흡수억제제의 처방은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에서 이뤄지나 골절 이후에 투약하는 골 형성촉진제는 정형외과에서 주로 처방이 이뤄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은 과거 복약 내역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따로 제출해야 하는데 골다공증성 골절로 내원해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의 고령의 환자들에게는 물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무리한 요청이 아닐 수 없다. 보호자를 통해 진료 기록을 받아보는 도움을 받더라도 현행 의료법상 절차가 매우 엄격하므로 제한적인 요소가 많다. 그렇다고 환자와 보호자의 말만 믿고 급여 처방을 내렸다가는 추후 급여 조건이 성립하지 않아 보험 청구에 대한 삭감이 이뤄지거나 의료기관에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진위여부를 가려 다시 본인부담금을 청구할 수도 없으니 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의료기관이 떠안는 셈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골다공증성 골절로 인한 직접 의료비용은 6386억 원, 간접비용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1조165억 원으로 추계된다. 당국도 이러한 골절의 사회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급여를 확대했다. 의료진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으나 행정적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10년 만에 급여화된 치료제가 있음에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골다공증성 골절로 생명까지 위협받는 고령의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함에 있어 행정적인 절차가 발목을 잡지 않도록 복용력 입증 간소화 등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박예수 대한골다공증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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