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월가 전문가가 국민연금 운용’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여권 “기금운용본부장 영입 검토… 600조 넘는 기금 투자 전문성 높여”
靑고위인사가 직접 접촉 나서… 일각 “단기수익률 집착할 우려”

600조 원이 넘는 국민연금의 기금투자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에 미국 월스트리트 출신 금융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청와대, 여권의 복수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전문성, 공정성을 글로벌 스탠더드 에 맞추기 위해 미 금융가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기금운용본부장에 임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입 작업에는 미국 경제계 인사들과 교분이 깊은 청와대 고위 인사가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 및 운용을 총괄하는 자리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복수 추천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지만 막대한 기금을 다루는 성격 탓에 그동안 청와대의 의중이 강하게 실린 인사가 이뤄져 왔다.

국민연금 기금(9월 현재 612조 원)은 2043년까지 2500조 원까지 늘어나고 해외투자 비율(지난해 27%)도 2020년에는 4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금 규모에 비해 기금운용본부는 금융 기법 등 관련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또 국내 금융인 출신 기금운용본부장과 대기업의 유착을 깨기 위해서도 해외파 본부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등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무산된 상황에서, 그나마 해외파를 영입하는 게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월스트리트 출신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 투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단기 수익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큰 해외 인사를 영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됐던 국내 금융인들보다 더 친시장주의자를 데려오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지적했다.

보수 등 현실적 요인 탓에 영입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본부장의 연봉이 약 2억 원 수준인데, 적게는 5억 원에서 10억 원 넘게 받는 월스트리트의 A급 금융인들이 오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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