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발표한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은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확충이 지연돼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체는 기업 등 민간이지만 2022년까지 ‘지능화 혁신 프로젝트’라는 공공 분야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간 부문 혁신을 단계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이 부처별 기존 사업을 취합한 ‘백화점식 짜깁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이 혁신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를 구동하는 등 고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에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2019년 3월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5G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초저지연), 한꺼번에 많은 기기를 연결(초연결)할 수 있다.
제조업에 이어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른 의료 분야에서는 그동안 시범사업 수준이던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전자교류 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가 담긴 CD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분산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연계해 개인 맞춤형 정밀진단·치료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2022년 자율운행선박 최초 운항을 목표로 2019년부터 항로 기술개발과 실선 제작, 자율선박 항만 플랫폼 구축을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자율드론 선도기술을 개발하고 거점별 비행시험장을 만들어 지난해 704억 원 수준인 국내 드론시장 규모를 2022년 1조4000억 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스마트시티도 확산한다. 지자체가 도시기반시설을 정보통신기술(ICT)로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교통과 안전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도시의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첨단 스마트시티를 새로 조성키로 했다. 간병·간호 로봇을 활용해 국민의 간병 부담을 줄이는 계획도 담겼다. 2018년부터 이동과 배변 보행을 지원하는 로봇을 개발해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한 후 공적보험 적용 방안을 검토해 재활병원과 요양시설에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당수 정책이 기존에 나온 것들의 재탕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순 기술개발이나 사업별 지원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러 과제가 실제 제도 개선까지 이어지도록 부처 간 합의를 통해 패키지 지원을 한다는 입장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번 계획은 총론 위주의 접근을 넘어 21개 부처가 참여해 만든 구체적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추진 과제 중에서도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다. 정부는 규제 개선과 관련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대 정부도 규제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인 박종오 전남대 교수(기계공학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 제도로 새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민간 부문 혁신을 기대한다면 강력한 의지를 갖고 규제 개선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국민이 변화를 빨리 체감하도록 정부가 강력한 이행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4차 산업혁명 계획을 추진하면서 업무효율을 저해하는 부처 간 칸막이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인 이희조 고려대 교수(컴퓨터학과)는 “자기 부처 업무만 처리하면 된다는 기존 방식을 넘어 부처가 협업해 규제 개선 등을 잘 뒷받침해야만 계획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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