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조 원에 달하는 2018년 정부 예산안의 최대 쟁점은 공무원 증원, 아동수당 등 복지 지출 증액,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이다. 그렇지만 재정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8대 사회보험에 닥쳐오는 재정 위험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어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2017∼2021년 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세금으로 조달하는 일반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5.7%지만 같은 기간 사회보험 전체 재정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8.0%가 될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전망하고 있다. 정부 예산을 같은 기간 경상성장률 예상치인 4.9%를 초과 편성해 적자 재정 논란이 일고 있는 판에, 사회보험 재정지출 증가율이 같은 기간의 재정수입 증가율 7.0%보다 높아 사회보험료를 높이지 않으면 적립기금이 잠식될 우려가 높은데도 국회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사회보험 재정 위험에 불을 댕긴 것은 소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다. 향후 5년간 30조6000억 원의 재정을 더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5년 기준 63.4%에서 임기 내에 7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역대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지만 보장률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을 중점으로 2013∼2017년 24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보장률은 2012년의 62.5%에서 0.9%포인트밖에 개선되지 못했다.
이는 법정 본인부담률을 낮추어도 비급여부분이 빠르게 증가해 보장률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비급여 등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재정을 투입해도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높일 수 없다. 현재의 밑 빠진 독과 같은 건강보험 구조하에서는 30조6000억 원만 투입하면 보장률 70%가 쉽지 않고, 보장률 70%를 무리하게 달성하려 하면 30조6000억 원으로는 부족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보다 더 심각해서, 신정부의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연평균 12.2%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재보험은 출퇴근 재해에 대한 보험 적용으로 5년째 1.7%를 유지했던 산재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고용보험도 구직급여의 상한 조정 등이 이루어지고, 모성 관련 급여가 늘어나면 예산의 대폭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공무원연금의 1년 적자 규모는 2018년부터 다시 증가해 2021년에는 4조6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2017년 적립기금이 600조 원 내외에서 2021년에는 780조 원으로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재원이 필요한 곳이면 국민연금기금 끌어 쓰자고 아우성이지만, 내적으로 질환이 하염없이 깊어지고 있는 제도가 국민연금이다. 2013년 장기재정추계에선 적립기금이 2060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회예산정책처 등의 전망에 따르면, 기금 소진이 5년 정도 조기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문제는 적립기금이 소진되면 현행 연금보험료율 9.0%를 단박에 20%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혹자는 그때가 되면 적자 발생만큼 정부 예산을 투입하면 된다고 하지만 정부 예산은 세금으로 조달되는 것이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국민연금기금이 소진되어도 법적으로 주도록 되어 있는 연금을 계속 지급하기 위해서는 연금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거나 세금을 올려서 보전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미래세대가 막대한 공적 재정 부담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러한 사정은 사학연금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볼 때, 최근 들어서 8대 사회보험 중 안심할 수 있는 제도는 하나도 없게 되었다.
2018년 일반재정 예산을 적자로 편성해 국가채무를 늘리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처럼 적립기금 증가보다 빠르게 연금 지급 책임을 누적시키는 것도 똑같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여야 할 것 없이 청년까지 복지를 대폭 확대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 미래세대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던지는 현실은 무책임의 극치다. 사회보험이 안고 있는 작금의 위험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과오가 아니지만, 지난 정부들이 만들어 놓은 여러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는 정책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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