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약물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에게 약물의 안전성은 치료 효과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는 환자의 두려움을 해소하고 의료진의 심적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치료 효과는 좋지만 출혈이나 위장관 장애를 일으켜 장기적인 사용이 어렵거나 투여 조건이 까다로운 약물이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줄이는 ‘따뜻한 약물’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소염진통제인데요. 이 약은 항염증 및 진통작용으로 골관절염 환자의 통증 완화를 위해 널리 사용되는 약물입니다. 하지만 통증과 염증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위점막 손상이나 속쓰림, 소화불량 등과 함께 생명을 위협하는 위출혈이나 십이지장의 궤양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초부터 위장관 장애를 줄인 ‘COX-2 억제제’가 따뜻한 약물로 등장을 했습니다. 전통적인 소염진통제의 경우 위장관 점막 보호와 관련한 COX-1 효소와 통증 및 염증을 유발하는 COX-2 효소를 둘 다 억제했으나 COX-2 억제제의 경우 COX-1 효소를 거의 억제하지 않는 선택적 효소 치료제입니다. 또 기존 소염진통제는 종종 심혈관 질환을 유발했지만 COX-2억제제인 쎄레브렉스는 임상시험 결과 심혈관계 안전성이 입증돼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약은 보험 급여가 기존 60세 이상에서 최근 전체 성인으로 확대돼 많은 사람들이 보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항응고제인 ‘와파린’은 60년 동안 항응고제의 거의 유일한 약물로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와파린은 뇌중풍(뇌졸중) 위험이 높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중풍 발병 위험을 낮춰주는 데 효과적인 약물이지만 △출혈 위험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병원 방문에 따른 불편함 △일관되지 않은 치료 효과 등이 단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와파린의 한계점을 개선한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가 등장했습니다. 특히 항응고 치료 시 나타날 수 있는 출혈 발생 위험을 낮춘 점이 처방 확대로 이어지면서 항응고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엘리퀴스, 자렐토, 프라닥사 등이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비염의 주 치료 약제입니다. 가려움 재치기 등에 널리 사용되는 약제인데요. 이 성분은 인체 조직 내에서 각종 염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과 경쟁해 히스타민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히스타민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물입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처음 사용한 사람 4명 중 1명꼴로 졸음 증상이 나타났으며, 졸음의 주관적인 느낌이 없는 경우에도 작업 능률이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일부 약제를 제외하고는 권장용량 이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졸음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클라리틴(바이엘)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환자들의 안정성과 편리를 함께 높이는, 이런 따뜻한 약물들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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