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적폐청산, 勞요구 대폭 반영… 朴정부 개혁정책-2대 지침 불법성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3시 00분


고용개혁委, 15개 조사과제 확정
‘노동계 사찰-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靑 권력남용 여부도 들여다보기로
고용세습 개선 등 경영계 요구는 빠져

고용노동부의 적폐청산위원회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개혁’ 정책의 불법성 조사에 나섰다. 특히 노동계가 제기해온 사찰과 블랙리스트 의혹이 조사 대상에 포함돼 형평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15개 조사 과제를 확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먼저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 중 2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이 포함됐다. 2대 지침이란 성과가 낮은 근로자의 해고 방법(일반해고 지침)과 노조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방법(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담은 정부 지침이다. 박근혜 정부는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추진하면서 2대 지침 마련을 추진했고, 노동계는 “해고가 더 쉬워지고, 노조 동의 없이 임금이 줄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노사정 대표들은 2015년 9월 대타협을 선언하면서 서로 긴밀히 협의해 2대 지침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법제화하자는 선에서 합의했다. 이후 갈등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2대 지침 마련을 강행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016년 1월 대타협을 파기했다. 정부는 곧바로 2대 지침을 시행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고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지난해 9월 25일 폐기됐다. 2대 지침 폐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개혁위는 박근혜 정부가 2대 지침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행정권을 남용하지 않았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노동계는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비망록에서 노동개혁 관련 메모가 발견된 점을 근거로 당시 청와대가 권력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가 비선기구를 통해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다.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노동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과정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노동계는 일부 대기업이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노조 간부들을 사찰한 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견제해 왔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가 한국노총에 지원금을 끊었다가 재개한 과정도 조사 대상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처럼 노동개혁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사 대상에는 이처럼 노동계의 요구가 대거 포함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혁위는 “양대 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노사와 시민단체까지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서 조사 대상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정규직 노조의 불공정 단체협약(노조의 고용세습 등) 등 경영계가 요구해 온 핵심 사안들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10명인 개혁위원들이 노동계와 가까운 학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노동시장의 ‘적폐’를 해소하고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 추진했던 것”이라며 “전임 정부의 노동개혁 자체를 적폐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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