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규제→ 상승 반복… 부동산 수요 ‘닥치고 강남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2일 03시 00분


고삐 풀린 강남 집값

“지금은 바보만 집 파는 시기예요.”

서울 강남의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1일 “집값 오를 게 누가 봐도 뻔한데,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집을 팔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강남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매물 철회→호가 상승→일부 거래 체결 시 시세로 고정→가격 상승 기대로 매물 철회’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3.3m²당 7000만 원대 아파트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가 아닌 일반 아파트 매매가가 3.3m²당 7000만 원을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 가격이 알려지면 그걸 보고 또 호가를 올릴까봐 실거래가 신고를 최대한 늦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일반 아파트의 가격 폭등은 부동산 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인 재건축 단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현재 가격은 새로 지어질 미래 아파트의 가치를 예상해 결정된다. 미래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은 현재 인근의 일반 아파트 값이다. 일반 아파트 값이 오르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오르고, 이는 다시 일반 아파트 값을 자극한다.

실제로 강남구 평균 아파트 값은 재건축 붐이 일어난 2015년 3.3m²당 3000만 원을 넘어선 뒤 2년 만인 지난해 말 4000만 원을 돌파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재건축 단지로 달아오른 시장이 일반 아파트 값을 올리고, 상승한 일반 아파트 값이 다시 재건축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강남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요가 워낙 많아서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주택 매매수급지수는 전달보다 9.3포인트 오른 116.7이었다. 이는 감정원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매매수급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최근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람들까지 ‘닥치고 강남 입성’을 시도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센트럴자이’의 경우 지난해 9월 청약 때 최고 경쟁률이 510 대 1이었다. 3월 분양 예정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의 경우 벌써부터 ‘10만(명) 청약설’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8·2부동산대책 이후 인근 시세보다 분양가를 낮게 내놓도록 강제하는 데다 지금 추세대로면 분양을 받은 이후 입주 때까지 계속 가격이 뛸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한 이유다.

대치동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여기는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이랑 비교하면 아예 다른 나라가 된 것 같다. 강남구가 아니라 강남국(國)이란 말도 나온다”고 했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최윤석 씨(31)는 “일반 직장인이 강남에서는 아파트는커녕 한 평(3.3m²)짜리 현관 바닥을 사기도 힘든 상황이 정상이냐”고 토로했다.

강남 집값이 서울 전체로 전염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이 오르면 주변 지역도 덩달아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그 범위가 마포, 용산, 성동구 등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최근 3주간 서울 아파트 값 주간 상승률(감정원 기준)이 0.20%→0.26%→0.29%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주 강남구가 0.98%로 역대 최대 상승률을 보이자 이번 주엔 강남권에서도 외곽인 송파가 1.10%로 사상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1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액 5월 통보, 현장 단속 및 세무조사 방침을 내놓았다. 기대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내놓은 대책 대부분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불법 부동산 거래 행위 단속, 금융위원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하던 것들이다. 강남을 겨냥한 강도 높은 투기 세무조사도 작년부터 시행했지만 강남의 집값 상승세를 막진 못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수요와 공급 사이 불균형이 강남 집값 과열의 큰 원인”이라며 “강남으로 몰린 수요를 분산함과 동시에 양질의 주거공간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휘 yolo@donga.com / 세종=박재명 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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