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만원 예상했던 부담금이 4억… 재건축 포기할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03시 00분


[정부, 강남집값 잡기 ‘고삐’]‘부담금 폭탄’에 강남 조합원들 충격

정부가 고강도 세무조사, 재건축 제도 재검토에 이어 재건축 단지에 ‘부담금 폭탄’을 예고하면서 서울 강남 집값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 예상액이 조합원 1인당 평균 4억4000만 원 정도 될 것이라는 발표를 내놓자 부동산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하면 재건축 사업을 코앞에 둔 단지들 가운데 사업을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곳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재건축 조합원은 “미실현 이익에 부과하는 초과부담금은 위헌”이라며 위헌소송을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1인당 최고 8억 원대’에 놀란 부동산시장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재건축 조합원들은 예상보다 훨씬 큰 부담금 액수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업 추진이 계속될지 걱정하는 조합원들도 있었다.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의 한 조합원은 “조합 쪽에서 예상한 부담금은 7000만 원 선이었는데 평균 4억 원이라는 정부 발표에 충격이 크다”며 “이러다 사업이 좌초하면 어쩌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이 금액이 정말 부과된다면 차라리 재건축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계산 내용을 공개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재건축 부담금은 아파트 준공 시 공시가격과 추진위원회 설립 시점의 공시가격 간 차액에서 해당 구의 평균 집값 상승률, 개발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초과이익)을 토대로 계산한다. 이 초과이익을 조합원 수로 나눈 뒤 1인당 3000만 원이 넘으면 초과금액 구간별로 10∼50%의 세율을 적용한다. 사업시행 인가 단계에서 예상액을 일단 통지받고 실제 부담금은 준공 시 다시 산정해 그 이후 내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 상승률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한 만큼 상승세가 지속되면 실제 부담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담금이 더 적게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까지의 집값 상승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고 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개인별로 실제 부과될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액이 8억4000만 원으로 예상되는 단지가 어디인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부동산업계는 저층이라 용적률 증가분이 크고 입지가 좋은 반포주공 1단지 3주구를 꼽고 있다. 2003년 추진위 설립 때와 비교해 가격이 크게 오른 잠실주공 5단지도 거론된다.

○ 재건축 좌초 우려, 위헌소송 이어질 듯

올 5월쯤 통보되는 부담금 예상액이 실제로도 큰 액수가 나오면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미룰 가능성도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그간 시장에서 예상한 금액은 최대한 많이 잡아도 2억 원 정도였을 텐데 오늘 예상금액 대로라면 조합원 중에서 재건축을 포기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합원 간 갈등도 예상된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조합 내부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 등을 아직 명확하게 정하지 않아 계산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나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조합원마다 주택 구입 시기가 다른 만큼 실제 시세차익이 다르지만 부담금은 동일하게 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일각에서는 집단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법무법인 인본은 초과이익환수제 위헌소송을 위한 공동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인본 관계자는 “개별 조합원들이 신청하고 있고, 빠르면 3월경 소장을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 부담금이 커져 재건축 사업이 위축되면 서울의 신규 아파트 공급이 더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을 하면 평균 30%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며 “이번 조치로 가뜩이나 부족한 새 집이 더 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강남권 신규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규제가 덜한 강북권 재개발 사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

주택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원이 얻는 초과이익이 3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에 10∼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해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 2006년 처음 시행됐으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일시 유예됐다가 올해 부활했다.
 
주애진 jaj@donga.com·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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