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은 혈액암이다. 질환 특성상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많다. 재발이 반복될수록 환자의 증상은 악화되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가중된다. 재발을 경험한 다발골수종 환자 중에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기도 하는데, 이 경우 결국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신약 출시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동안 다양한 신약 출시로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이 발전하면서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자녀들의 결혼식 참석이나 직장의 복귀 등 삶의 질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결국 다발골수종 치료의 관건은 재발 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유무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는 목숨을 담보로 신약의 출시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새로운 치료제가 출시돼도 환자들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발골수종 환자인 필자의 아내도 재발을 경험하면서 암 수치는 증가하고 기존 약제에 대한 내성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치료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이상 치료제가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아내가 느끼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매우 컸다.
이 가운데 최근 희소식이 들려왔다. 마지막 치료 옵션인 포말리스트에 재발 또는 불응한 환자들의 생명연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혁신적인 신약이 국내에 허가된 것이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는 꼭 써야 하는 치료약이 국내에서 허가된 것이니 환자들은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그 희망에 불이 붙기도 전에 환자들은 동시에 좌절감도 느끼고 있다. 아직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경제적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우고 있다.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의 문턱에서 좌절을 느끼는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해외에서는 다발골수종 환자가 본인의 상태에 따라 보다 다양한 치료 옵션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국내 치료환경이 꼭 해외의 방법을 따를 수는 없다 하여도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매우 제한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발맞춰 신약에 대한 보험급여 접근성에 다가가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어 본다.
다발골수종의 신약인 다잘렉스가 승인을 받은 지 곧 3개월이 돼 간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 아닌 삶의 희망을 가지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신약의 보험 등재가 꼭 필요하다. 이를 통해 환자의 생명연장은 물론이고 삶의 질 제고와 경제활동 복귀로 사회적으로도 큰 효과를 보리라 생각한다. 의료비 걱정에서 벗어나고 ‘메디컬 푸어’로 전락되지 않기 위한 문재인케어 정책에 믿음을 가져본다. 신약에 대한 보험급여가 조속하고 신속히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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