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속 흑자를 이어오던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1조 원대의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12일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8년도 연간 자금운용안’에 따르면 올해 건강보험 총수입은 61조7988억 원, 총지출은 63조6억 원으로 추계됐다. 이에 따라 건보 당기수지는 1조2018억 원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1조2994억 원 적자 이후 2011년 6008억 원을 시작으로 2014년 4조5869억 원, 2016년 3조856억 원 등 7년째 이어온 흑자 행진이 올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적자 전환 원인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일명 ‘문재인 케어’의 도입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환자가 전액 부담하던 비급여 진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 건강보험 보장률(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책임지는 비율)을 7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기준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0%)보다 낮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가입자의 보험료를 올리지 않는다면 수입 대비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22년까지 건강보험 재정 30조6000억 원을 추가로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누적 흑자 20조7733억 원(지난해 기준) 중 10조 원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국고와 보험료 인상분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국고 지원이 쉽지 않다면 가입자들은 ‘건보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보장성 강화, 의료계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추가적 비용 지출, 본인 부담 경감으로 인한 의료 이용 횟수 증가가 맞물리면 건보 재정이 예상보다 빨리 악화될 수 있다”며 “현재 기본급의 6.24%인 건강보험료율이 단기간 내에 8%를 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료율 6.24%는 월급을 100만 원 받을 때 건보료를 6만2400원 낸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이후 차기 정부가 건강보험 적자 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로 의료비 지출은 늘어나는 반면 보험료를 낼 젊은층은 갈수록 줄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중기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건강보험의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2025년엔 적자폭이 20조1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적자 전환을 계기로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할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정부가 5년간 건보료를 매년 평균 3.2%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당장 급격히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문재인 케어로 인한 재정 소요뿐 아니라 고령화 진행 속도 등 다양한 요인을 세밀히 점검해 보장성 강화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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