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전통 강조한 90대 건축가, ‘건축계 노벨상’ 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9일 03시 00분


도시, 인도인 첫 프리츠커상 수상 “서민위한 환경개선 끝없이 고민”

프리츠커상 수상자 발크리슈나 도시가 설계한 인도 르시 아라냐 주택단지(1989년). ⓒVSF
프리츠커상 수상자 발크리슈나 도시가 설계한 인도 르시 아라냐 주택단지(1989년). ⓒVSF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주거단지 계획에 힘써 온 인도 건축가 발크리슈나 도시(91·사진)가 ‘건축계의 노벨상’ 격인 프리츠커상 제40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인도 건축가의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9년 이 상을 제정한 미국 하이엇재단은 7일(현지 시간) “도시는 호화로운 치장이나 유행과 거리를 두면서 평생 진지한 건축을 추구해 왔다”며 “사회공헌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품고 본질적 가치와 뛰어난 기능성을 겸비한 공간을 빚어냈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도시는 인도 뭄바이대를 졸업한 뒤 1954년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의 찬디가르 도시계획 작업에 참여했다. 깊은 감성의 공간으로 잘 알려진 미국 건축가 루이스 칸(1901∼1974)과도 함께 작업했다. 서구의 근대 건축 원리를 인도 기후와 공간 맥락에 알맞게 변용한 것이 도시의 건축언어다. 그는 건물 사이의 경계 공간을 없애고 조밀하게 짜인 인도의 전통적 가로체계가 가진 장점을 활용했다.

대표작은 인도 중부 인도르시의 ‘아라냐 주택단지’(1989년). 저소득층과 중산층 주민 8만여 명에게 널찍한 거주 공간과 개별 정원을 제공하면서, 미로를 닮은 공용 통행로에서 상이한 소득계층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도록 한 공간이다. 1973년 완공한 아마다바드 공동주거단지에서도 피라미드 형태의 3층 건물 공용계단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거주자 간 소통을 추구했다.

그의 설계사무소 이름 ‘상가스(Sangath)’는 ‘함께 가는’이라는 뜻의 인도어다. 그는 “건축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경제적 효율이 아니라 건강한 삶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자신의 ‘속도’에 알맞게 생활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도시의 건축은 지역사회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거주자의 삶에 평화를 불어넣을 방법을 제시해 왔다”고 평했다. 도시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정체성에 대해 자문하도록, 총체적 삶을 지탱하는 건축을 추구하도록 이끌어준 스승 르코르뷔지에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인도 건축가 발크리슈나 도시#건축계의 노벨상#프리츠커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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