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선거 포퓰리즘 열풍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입니다. 역사의 흐름은 우리 편입니다.”
스티브 배넌 전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탈리아 총선 이틀 뒤인 6일 스위스 취리히에 모인 1500여 관중 앞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극우·포퓰리즘 정당들이 득세한 이탈리아 총선 결과를 ‘지진’이라고 평가하며 국가주의를 내세운 포퓰리스트 세력의 승리를 축하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던 전략가 배넌이 최근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며 극우 바람을 퍼뜨리고 있다. 그는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을 지켜보기 위해 로마 땅부터 밟았다. 그는 선거 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 전과 같은 분위기가 이탈리아에서 감지된다”고 전망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극좌·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1, 3위를 차지했고,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민주당은 19% 득표에 그치는 참패를 당했다.
배넌은 보수 성향 주간지 벨트보헤 주최로 열린 취리히 강연에서 “중앙은행은 당신의 통화를 떨어뜨리는 일을 하고, 중앙정부는 당신의 시민권을 줄이는 일을 한다”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제도를 비판했다. 이어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실리콘밸리와 결합된 부도덕한 힘과 직업 정치인들이 현대인들을 노예로 만들었다”며 “가상통화와 직접 행동,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해방구를 찾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난민 이슈에 대해선 “사하라 주변과 북아프리카의 문제는 그 나라에서 해결해야만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선 배넌은 이날 강연에서 트럼프를 ‘놀라운 인물’이라고 표현하며 “나는 여전히 그 남자를 사랑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트럼프와 이야기를 나누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트럼프와 나는 오르락내리락하는 관계이고, 내 변호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답했다.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이날 취리히까지 찾아와 배넌에게 다음 달 출범하는 자체 언론 운영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배넌은 인터넷 미디어를 이용한 정치 선전 전술로 큰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2012년 극우 인터넷 매체 ‘브라이트바트뉴스’를 넘겨받은 배넌은 5년 만에 미국의 주류 매체들에 버금가는 체급의 인터넷 언론사로 키웠다. 지금은 브라이트바트뉴스를 떠났지만 여전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우파 포퓰리스트 혁명’을 꿈꾸고 있다. 배넌은 지난달 말 남성 잡지 GQ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등을 바탕으로 한 경제 국수주의와 포퓰리즘을 지지해 줄 1000만 명의 디지털·아날로그 ‘군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AfD는 그동안 기존 미디어가 자신들을 불공평하게 다룬다는 불만을 표현하며 대안 언론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3당이 된 AfD는 1, 2당인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이 대연정을 이루면서 사실상 제1야당이 됐다. 수백만 유로의 국고 보조금까지 받아 자체 언론사를 운영할 실탄까지 확보했다. 바이델 대표는 “20명의 직원이 24시간 뉴스를 가동해 가짜 뉴스를 바로잡고 우리 정당의 이야기와 동영상을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4명이 포함된 AfD 대표단은 현재 시리아를 방문 중이다. 독일 언론이 시리아의 진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들이 직접 가서 진실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AfD 대표단은 다마스쿠스에 들어가 “이곳에서 일상적인 삶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거리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는 시리아를 안전한 국가라고 선전해 독일 내 시리아 난민을 돌려보내려는 의도라고 독일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AfD 대표단은 2011년 유럽에 자살폭탄 테러리스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이슬람 최고권위자 아흐마드 바드렛딘 하순과도 만났다. 하순은 AfD 의원들에게 “서방 언론이 시리아에 대해 잘못된 여론을 퍼뜨리고 있다. 시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변인은 AfD 대표단의 시리아 행보에 대해 “시리아 정부에 아부하는 이들은 누구든지 스스로 자격이 없음을 내보이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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