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잠수함투수 박종훈(27)은 늘 밝다. 그러나 그 밝음의 이면에는 진지함이 있다. SK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캠프에서 만난 박종훈은 “자신감”을 얘기했다. 이 시기, 자신이 없다고 할 선수가 있겠냐마는 박종훈은 근거 없이는 그런 말을 하는 선수가 아니다.
“작년보다는 좋아질 자신 있다. 작년에 성적(151.1이닝 12승7패 방어율 4.10)으로선 다 이룬 것 같긴 한데 부족한 것이 많았다. 운도 좋았다. 이번 캠프를 통해 그 부족함이 보완됐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운이 아니라) 내가 만들겠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퀵모션을 보완했다. 언더핸드 투수의 태생적 약점인 슬라이드스텝을 간결하게 만든 작업이다. 2017시즌 후반기부터 시작했는데 이제 몸에 익었다.
더 유의미한 변화는 멘탈이다. 오랫동안 박종훈에 관해 “구위는 나무랄 데 없으나 컨트롤이 들쑥날쑥하다”는 평판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박종훈은 이제 볼넷에 대해 의연함을 갖기로 했다. “2루타 맞는 것보다는 포볼이 낫지 않나?”라고 웃었다. 오키나와에서 한화와 평가전을 했을 적에도 볼넷 2개가 나왔다. 예전 같으면 심각했겠지만 이젠 내용 전체를 들여다보고 만족감을 표시한다.
박종훈은 “나는 다른 투수와 달리 경기 마치면 투구내용 분석보다 멘탈분석을 더 많이 한다”고 말했다. 손혁, 최상덕 투수코치도 그쪽으로 박종훈을 보강시키고 있다. 박종훈은 “김광현 선배가 그랬다. ‘8번 져도 9번째 이기면 된다’라고. 처음엔 그 뜻을 몰랐는데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부담감을 다스리는 긍정 에너지가 박종훈에게 생기고 있다.
박종훈의 우상은 레전드 잠수함투수였던 정대현(은퇴)이었다. 어느덧 KBO리그에 잠수함투수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조금씩 그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 비슷한 감정이 생긴다. “‘KBO에 나 같은 투수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유형의 어린 투수들에게) 희망 같은 것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박종훈은 “내 이름은 몰라도 ‘SK의 언더핸드 투수’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웃었다. 박종훈이 KBO리그 대표 잠수함투수의 초입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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