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9일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했다. 비서였던 김지은 씨(33)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지 나흘 만이다. 안 전 지사는 검찰청사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저로 인해 상처 입었을 많은 분께 죄송하다”고 밝혔지만 김 씨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혐의 인정을 묻는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전날 입장 표명 계획을 갑작스레 취소한 안 전 지사는 이날 출석도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오후 3시 40분경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이 “오후 5시에 출석하겠다”고 검찰에 통보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피해자 김 씨가 검찰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김 씨를 지원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측은 이날 안 전 지사의 갑작스러운 출석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피해자에 대한 어떤 사과의 행동과 태도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김 씨를 성폭행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사흘째 압수수색했다. 또 충남도에서 최근 1년간 안 전 지사의 상세한 일정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여기엔 국내뿐 아니라 김 씨가 성폭행 장소로 언급한 러시아와 스위스 등 해외 출장 자료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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