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한국의 국민은 물론 북한과 평화를 희망하는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수용 발표 직후 트위터에 이런 내용의 입장문을 영어로 올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초청에 전격적으로 응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깊은 감사를 표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면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있어) 한국의 역할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 트럼프에 공 돌리기 전략 먹혀
그만큼 일촉즉발의 ‘말폭탄’을 주고받던 북-미 정상을 회담 테이블로 이끌어낸 데는 문 대통령의 집요한 중매외교가 핵심 동력이었다.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에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은 북한이 아무런 응답 없이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폐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던 문 대통령이 과감한 긴장 완화 행보에 나선 것은 1월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다. 신년사 나흘 후인 1월 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미 접촉을 설득하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평창 올림픽 기간에 청와대에서 만나도록 이끌어낸 것. 하지만 이는 북한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로 무산됐다.
청와대 참모 상당수는 이에 실망하고 일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일변도에 우려를 표명하고 통음(痛飮)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엔 대북 특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서 천안함 폭침의 주역으로 꼽히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등 비핵화 방법론을 김정은에게 전달하도록 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대북 특사 파견을 설명하면서 다시 한 번 북-미 중매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모든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는 전략적인 치켜세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 네 차례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뿐만 아니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매번 “최대 제재로 북한을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 김정은 “문 대통령과 직통전화로 해결하겠다”
그러면서 김정은에 대해선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남북) 문제는 유리그릇 다루듯이 다루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5일 대북 특사단을 만난 김정은 역시 문 대통령에게 호감을 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정은은 만찬에서 특사단에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 대통령이 새벽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오늘 (미사일 실험 중단을) 결심했으니 이제 더는 문 대통령이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김정은은 이어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북한 실무자들이 혹시 한국 관계자들에게)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면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얘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며 집무실에 설치될 직통전화로 문 대통령과 자주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9일 오후 강원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겨울패럴림픽 사전 리셉션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으로 시작된 작은 평화가 눈덩이처럼 빠르게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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